베프·인싸·오바이트…英 더타임스 '콩글리시' 조명(종합)

입력 2021-10-21 17:09
베프·인싸·오바이트…英 더타임스 '콩글리시' 조명(종합)

모국어 보존 노력도 주목…"외세지배 탓 민족주의 성향"

PC방·오빠·먹방 등 한류 힘입은 한국어 지구촌 전파도 소개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한국에서만 쓰이는 영어 표현인 이른바 '콩글리시'를 조명해 눈길을 끌었다.



더타임스는 20일(현지시간) '콩글리시는 당신의 베프가 아니다-모국어 오염과 싸우는 한국'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신문은 콩글리시가 외국의 영화, TV 프로그램, 팝송에서 나오는 영어에서 유래됐지만 한국식으로 발음되면서 원음과 달라져 영어나 한국어 사용자 모두 혼동스러워진 사례를 소개했다.

음식을 먹을 때 쓰는 'fork'는 한국에서 'f'가 아닌 'p' 발음으로 시작하는 '포크'로 통하고 'juice'는 장모음이나 강세가 없는 '주스'로 발음되는 콩글리시 단어가 됐다는 것이다.

영어 단어를 축약하거나 두 단어를 이어 붙이는 바람에 영어 사용자는 전혀 짐작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변형된 경우도 콩글리시라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코미디언 대신 개그맨으로 부른다든지 베스트 프렌드를 베프로, 인사이더를 인싸로, 'living with coronavirus'(코로나와 공존)를 위드 코로나로 줄이는 경우다.

'vomit'(토하다)를 오바이트로, 구경만 하는 쇼핑인 윈도 쇼핑을 아이 쇼핑이라고 하는 한국 특유의 영어 단어 조합도 이 신문은 관심을 보였다.

또 트렌치코트를 뜻하는 '버버리'(Beobeori)는 브랜드 이름 'Burberry'를 한국화한 사례로 꼽혔다.

이 신문은 한국에서 콩글리시가 널리 사용되지만 모국어를 지키려는 민족주의적 성향도 함께 전했다.

김부겸 총리가 지난 9일 한글날 기념식 축사에서 "불필요한 외국어 사용을 줄이고 전문용어를 우리말로 줄이는 등 우리의 말과 글을 지키겠다"라고 강조했다면서 한국 정부가 한국어의 순수성을 적극적으로 지키려 한다고 봤다.

한글학회는 이 신문에 "한글은 민족적 자부심이자 언어이며 우리를 다른 문화와 구별하는 도구다"라며 "사람들이 영어식 외래어를 많이 쓰면 쓸수록 자연스럽게 한국어 단어를 적게 쓰게 될 테고 이런 흐름이라면 우리의 문화 정체성에 거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타임스는 한국의 이런 모국어 보호 성향은 한반도가 강대국의 지배를 받았던 역사적 배경 속에 한국인은 위협에 시달려온 모국어가 외국어에 오염되는 것을 막고 민족주의가 강화됐기 때문이라는 자체적인 분석을 내놨다.

조선시대에는 공문서를 한자로 썼고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어와 일본식 이름을 쓰기를 강요당했으며, 한국전쟁 이후에는 미군이 쓰는 영어의 영향을 받았던 역사적 경험이 한국의 언어적 민족주의의 이유라는 것이다.

더타임스는 그러나 많은 언어학자는 이와 같은 '혁신'을 언어의 성장과 발전에 불가피한 부분으로 여긴다는 견해도 전했다.

특히 한국 음식과 영화, K팝, 그리고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의 인기로 인해 오히려 한국어가 다른 언어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평가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최근 옥스퍼드 영어사전이 'PC bang'(PC방), 'oppa'(오빠), 'mukbang'(먹방) 등 26개의 단어를 새로 등록한 사례를 덧붙였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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