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러에 해킹·감시수단 판매금지…상무부 새 규정 마련
인권유린·반체제인사 추적 등에 악용 방지…WMD 우려국도 판매 제한
북한도 대상 포함 관측…이미 각종 거래 광범위한 제한 받고 있어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 상무부는 20일(현지시간) 해킹이나 일반인 감시에 악용될 수 있는 수단을 중국과 러시아 등지에 판매할 때 승인을 받도록 하는 새 규정을 마련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미국 기업이나 미국산 제품을 파는 회사가 해킹 등 악의적 사이버 활동 및 민간인 감시에 남용될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을 수출할 때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상무부는 "미국 기업이 권위주의적 관행을 돕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보도자료나 규정을 소개하는 자료에 특정국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WP와 로이터통신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고 전했다. WP는 침입용 소프트웨어의 경우 해킹 같은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적 목적으로 만들어졌더라도 중국이나 러시아에 있는 구매자에게 판매될 경우 구매자가 정부와 관계가 있는지와 무관하게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통신은 국가안보나 대량살상무기(WMD) 우려가 있는 것으로 분류된 국가에 대한 판매도 승인 대상이라고 전했다. 북한도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미 북한은 각종 거래에 있어 광범위한 제재 대상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WP에 "인권을 유린하거나 반체제 인사를 추적하거나 통신 및 네트워크를 방해하는 데 악용될 수 있는 아이템들"이라며 "새 규정은 문제적 국가에 이런 수출이 이뤄지지 않도록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규제 부과에 있어 미국은 바세나르 체제 회원국 중 거의 마지막일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바세나르 체제는 1996년 출범한 다자간 전략물자 수출통제체제다. 미국과 유럽 국가, 러시아 등 42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도 가입돼 있다.
대부분의 바세나르 체제 회원국들과는 달리 미국은 사이버보안 분야 산업의 비중이 큰 나라라서 관련 규정 마련에 시간이 걸렸다고 WP는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 사이버보안 분야 제품과 기술은 사용하기에 따라 공격용이 될 수도 있고 방어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규제가 어려운 분야라고 전했다.
새 규정은 여론 수렴 기간을 거쳐 90일 내 확정된다.
미국은 중국을 안보·통상·인권 등 전방위 분야에서 압박하고 있으며 지난 7월엔 중국 신장 지역 강제노동과 인권유린에 관련된 거래와 투자에서 손을 떼라고 기업에 강력히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은 사이버보안 분야 국제 공조에도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등 30여 개국을 모아 랜섬웨어 공격에 대한 대응을 모색했는데 러시아와 중국, 북한 등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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