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커스에 뿔난 중국, 北 SLBM 발사에 '남북 양비론'
오커스의 북핵 악영향 예고 현실화할지 주목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에 나서며 도발의 수위를 높인 가운데, 중국이 사실상 '남북 양비론'을 펴 눈길을 끌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SLBM으로 추정되는 북한 발사체 발사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자 '관련 각국의 자제 유지', '쌍궤병행(雙軌竝進·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의 병행 추진)과 단계적·동시적 원칙에 따른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등 오랜 '레토릭'을 반복했다.
하나 특이했던 부분은 관련 각국의 자제를 언급하기에 앞서 "중국 측은 관련 소식(북한의 SLBM 추정 발사체 발사)을 접했고, 최근 한반도 문제 당사국의 군사 동향도 접했다"고 한 대목이다.
지난달 한국이 SLBM의 잠수함 발사 시험에 성공한데 대한 언급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의 명백한 위반에 해당하는 북한의 SLBM 발사와 국제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한국의 SLBM 발사를 사실상 동렬에 놓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언급이었다.
비록 한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SLBM 발사가 한국의 군사 행보에 대한 북한의 맞대응이라는 시각을 내포한 발언으로 읽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중국이 관련 각국의 자제를 촉구하는 등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의 국방력 제고 노력에 대한 문제 의식을 공개석상에서 거론한 것은 북핵 문제를 국제 핵 비확산보다는 미중 신냉전의 큰 그림 아래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이 최근 오커스(AUCUS·미국·영국·호주의 새로운 3자 안보 파트너십) 논란을 계기로 더 강화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기에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특히 중국은 오커스의 핵심인 미국 주도의 대 호주 핵 추진 잠수함 지원에 강력하게 반대하며 북핵 문제에 미칠 악영향을 거론해왔다.
북한과 이란 핵에 대해서는 제재하는 미국이 호주에 대해서는 군사 분야의 민감한 핵 기술을 이전하려 하는데 대해 미국의 '이중잣대'가 드러난 것이라는 논리다.
당장 20일(현지시간) 북한 SLBM 발사와 관련한 유엔 안보리 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중국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최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가역조항(제재를 일단 해제한 뒤 결의 위반 행위가 있을때 제재를 복원하는 것)을 활용한 제재 완화를 지속 요구해 왔는데, 그 기조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보다 대미 위협 측면에서 수위가 높은 SLBM에 대해서도 적용할지 주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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