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CEO "미, 반도체 보조금 줘야…한국·대만 의존은 위험"

입력 2021-10-19 10:51
수정 2021-10-19 10:52
인텔 CEO "미, 반도체 보조금 줘야…한국·대만 의존은 위험"

"美 미래 디지털 주도에 중요한 문제…애플 반도체 생산 원해"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인텔의 최고경영자(CEO)가 한국과 대만에 반도체 생산을 의존하는 것은 지정학적으로 위험한 일이라며 미국에서 반도체가 생산되도록 미국 정부의 보조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텔 CEO 팻 겔싱어는 18일(현지시간) 다큐멘터리 뉴스 '악시오스 온 HBO'(Axios on HBO)에 출연해 "어디에서 석유가 나올지는 신이 결정했다면 우리는 반도체 제조 공장을 어디에 둘지 결정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퀄컴이나 AMD, 엔비디아 등 반도체 설계 회사들은 자신들의 제품을 주로 삼성전자나 대만의 TSMC에 위탁해 생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했던 미국의 점유율은 현재 12%로 뚝 떨어진 상태다.

겔싱어는 "우리의 생산비가 아시아보다 30∼40% 비싸서는 안 된다"며 "이 차이를 줄여 미국에 더 크고 빠른 반도체 공장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미국 상원은 지난 6월 반도체 제조에 520억 달러(약 61조3천600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미국 혁신 경쟁법'을 가결했지만, 하원에서는 아직 통과되지 않고 있다.

겔싱어는 이 법안이 미국이 디지털 미래를 주도하는 데 중요한 문제이며 520억달러 지원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번째 반도체 지원법도 필요하며, 이른바 '문샷'(moonshot·달 탐사선을 제작하는 식의 통 큰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 번째 반도체 지원법도 필요할 것"이라며 "이름이 무엇이든지 간에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겔싱어는 또 인텔의 반도체가 애플 제품에 다시 사용되거나 애플이 인텔에 반도체 생산을 맡기길 원한다고 말했다.

애플은 2005년부터 애플의 컴퓨터 맥(Mac) 시리즈에 인텔이 설계한 반도체를 사용했다. 하지만 맥 시리즈에도 아이폰과 아이패드처럼 애플이 설계한 반도체를 사용하겠다며 2020년 인텔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겔싱어는 "애플은 스스로 우리보다 더 좋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잘 해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보다 더 좋은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개발자와 소비자들이 인텔 기반의 제품에 정착할 수 있도록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애플을 이기기 위해 열심히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텔 PC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인텔이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윈도 11에서도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을 꼽았다.

겔싱어는 또 애플이 설계한 반도체를 삼성전자나 TSMC가 아닌 인텔의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텔이 아마존과 퀄컴, 미 국방부와 반도체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한 것을 언급하며 "우리는 애플을 포함해 다른 회사들도 우리와 생산 계약을 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텔의 CEO 겔싱어는 18세에 인텔의 엔지니어로 입사해 30여 년 간 인텔에서 일했고, 회사 내 2인자인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올랐다. 인텔 역사상 최연소 부회장이었다.

하지만 2009년 다른 회사로 옮겼고, 2012년부터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VM웨어의 CEO를 맡다 올해 초 인텔 CEO로 돌아왔다.

그는 인텔 복귀와 함께 삼성전자와 TSMC에 빼앗긴 반도체 생산시장을 되찾아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반도체 대량생산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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