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 포유류 대신 파충류·물고기가 주식 '별난' 습지 재규어
먹이 풍부하다 보니 단독생활 깨고 사회적 상호작용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주 대륙에서 가장 큰 고양잇과 맹수인 재규어는 나무를 잘 타고 서로 떨어져 단독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영을 잘하기는 해도 주로 육지 포유류를 잡아먹고 사는데 파충류와 물고기를 주식으로 삼고, 서로 어울리기도 하는 별난 재규어 무리가 확인돼 학계에 보고됐다.
미국 오리건주립대학교에 따르면 이 대학 어업·야생동물 학과 탈 리바이 부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세계 최대의 민물 습지인 브라질 판타나우 북부에 서식하는 재규어의 생태를 5년간 연구한 끝에 얻은 결과를 과학 저널 '생태학'(Ecology)에 발표했다.
판타나우 습지는 파라과이 강 유역에 형성돼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등재돼 있다. 계절에 따라 물이 차거나 빠지는 이곳에서는 어로나 가축 방목이 금지되고 접근로도 설치되지 않는 등 원시 상태로 보호되고 있다.
리바이 부교수는 지난 2014년 판타나우 습지의 재규어 밀도가 이례적으로 높다는 얘기를 듣고 브라질 연구원들과 팀을 꾸려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차량이나 도보로는 접근할 수 없어 배를 타고 다니며 재규어의 배설물을 수집하고 포획된 재규어 목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수신기를 달아 활동반경을 분석했다. 습지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재규어의 움직임도 포착했다.
연구팀이 재규어 분변 138개를 모아 분석한 결과, 9종의 사냥물이 나왔으며 파충류와 물고기가 각각 55%와 46%를 차지했다. 육지 포유류는 11%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연구된 재규어 중 수중 생물 포식 비중이 가장 높고 포유류 비중은 가장 낮았다.
판타나우 습지와 비슷한 서식 환경에서 살아 비교대상이 될 수 있는 인도 순다르반스 맹그로브 숲 호랑이도 먹이는 대부분은 육지에 서식하는 포유류로 돼있다.
연구팀은 총 13마리의 재규어를 포획해 GPS 수신기를 달아 활동 반경을 분석했는데, 100㎢당 12.4마리의 밀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미 재규어의 일반적 서식 밀도보다 2~3배 높은 것이다.
연구팀은 또 판타나우 습지 일대에 총 59대를 설치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가동한 카메라를 통해 재규어의 움직임을 담은 1천594건의 동영상을 확보했다.
이 중 성체 재규어 간 서로 어울리는 등의 사회적 상호작용 80건을 확인했는데 85%는 암컷과 수컷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2건은 동성 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11건이 수컷 사이에서 이뤄졌다.
<YNAPHOTO path='AKR20211019055300009_02_i.jpg' id='AKR20211019055300009_0201' title='브라질 판타나우 북부의 재규어 ' caption='[Daniel Kantek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연구팀은 재규어 밀도가 높고, 수중 사냥감이 풍부하다 보니 다른 재규어에게서는 보지 못했던 사회적 상호작용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논문 제1 저자인 오리건주립대 박사과정 대학원생 샬럿 에릭슨은 "주변에 먹이가 풍부하다면 먹이를 놓고 다툴 일도 줄어든다"면서 이번 결과는 재규어가 구애하거나 영역 다툼을 할 때가 아니면 사회적 상호작용 없이 단독생활을 한다는 통념을 뒤엎는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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