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체인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경쟁 가열…북한도 가세
기술 확보한 미중러 잇따라 경쟁적 시험발사로 상호견제
북한도 첫 시험발사 주장, 추가 시험 예상…한반도 영향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주요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서방과 사회주의 국가 간 신(新)냉전 우려마저 나오는 가운데 한반도 주변 주요 강대국들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로 비행하는 미사일로, 상당수 국가가 이를 미래 전쟁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보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제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속도와 기동성 탓에 탐지가 힘들기 때문에 현존하는 미사일 방어망(MD)으로 요격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소형화한 핵무기까지 탑재할 수 있는 기술까지 추가된다면 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군사적 긴장을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기존 군사 강국들이 상당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미 해당 무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도 최근 이 무기에 대한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해 한반도를 둘러싼 역학 구도에도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최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 성공 사실을 경쟁하듯 잇따라 알렸다.
미 국방부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지난달 27일 성명을 내고 공군과 시행한 '극초음속 공기흡입 무기체계'(HAWC)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을 주도한 미국 방산업체 레이시온은 노스럽 그러먼과 손잡고 2019년부터 극초음속 무기 엔진 등을 개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미국은 음속의 20배인 공중발사 극초음속 미사일인 'AGM-183A ARRW'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미사일은 불과 10분이면 지구상 모든 표적을 미사일 방어망에 걸리지 않고 타격할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뉴스는 작년 10월 로버트 오브라이언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인용해 미 해군이 공격형 핵잠수함 함대와 스텔스 구축함 등에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기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는 지난 7월 '치르콘'으로 명명한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2016년부터 10여 차례 시험발사를 진행한 치르콘은 1천㎞ 이상 비행해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핵잠수함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놓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대적할 무기가 없는 차세대 미사일 시스템이라고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러시아는 궤도 변칙 비행이 가능한 '아반가르드' 극초음속 미사일을 작년 말 실전 배치했고, 공중 발사형 극초음속 미사일인 '킨잘'도 보유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에 핵탄두가 탑재될 수 있다며 정세를 불안하게 한다고 비판했지만, 러시아는 미국의 극초음속 미사일이 유럽에 배치되면 국제 정세를 불안정하게 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미러간 경쟁에 맞서 중국도 지난 8월 극초음속 활공체(HGV·Hypersonic Glide Vehicle)를 시험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중국 당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 1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해 목표물에서 약 32㎞ 떨어졌지만, 중국의 해당 기술이 '미국 정보기관을 놀라게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미사일이 아닌 우주선 시험이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중국이 최근 대만을 놓고 남중국해에서 전투기와 전함을 출동시키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충돌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것일 수 있지만, 중국 역시 상당 수준의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보도에 대해선 직접 언급을 피하는 등 '로키'로 대응하고 있으나 중국의 군사력 확장에 대해선 경계심을 드러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8일(현지시간) "역내 긴장만 가중할 중국의 군비 확충, 첨단 능력과 시스템에 대한 발전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백악관도 이날 "우리는 중국이 계속해서 추구하는 군사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치열한 경쟁은 환영하지만, 경쟁이 분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정제된 반응을 보였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연내 정상회담을 하기로 한 상황에서 양국 모두 추가적인 갈등 요소를 부각하지 않으려는 의도로도 비친다.
주변국들의 이런 움직임 속에 당장 한국의 관심은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여부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자강도 룡림군 도양리에서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북한의 주장대로 설계상 요구가 충족됐다면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단계가 상당 수준에 올라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도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지만 북한이 한 발짝 더 나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이번 시험 발사가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한 첫 단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비행 안정화와 정밀 유도기능, 사거리 연장 등을 위한 추가 시험도 예상된다.
국제사회도 잔뜩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그간 북한의 각종 미사일 시험 발사에도 북미 외교 재개에 초점을 맞추며 대화의 손짓을 보내던 미국은 구체적 성격을 확인하고 있다면서도 "새로운 능력에 대한 어떤 보도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북한이 핵무기뿐 아니라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보유하면 대미 요구 사항이 더 높아져 한반도 비핵화의 길이 더욱 험난해질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다.
유엔도 해당 보도에 "충격적"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경계했다. 유엔은 미국 요구로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러시아와 중국 반대로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했다.
다만 현재로선 북한의 기술이 초기 단계로 당장에는 그리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글렌 밴허크 미국 북부사령관도 지난달 30일 북한의 주장에 대한 평가를 진행 중이긴 하지만 미국 본토는 안전할 것이라는 일차적인 평가를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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