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위드코로나] ⑮ "친구를 드디어 실물로"…되살아난 독일 캠퍼스
베를린자유대 1년반만에 대면수업 재개…학교 곳곳서 '와글와글'
총장 "캠퍼스 다시 정복하자" 서한…독일 백신 완료율 66% 기록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온라인으로만 봤던 친구들과 드디어 직접 얼굴을 맞대니 신기합니다. 캠퍼스 생활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에요.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 2학년 제이)
18일(현지시간) 오전 독일 베를린 자유대 캠퍼스는 '진짜 개강'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봉쇄됐다가 3학기 만에 드디어 대면수업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부터 개강을 맞아 삼삼오오 모여 안부를 주고받는 학생들로 캠퍼스는 되살아나 활기가 넘쳤다.
1년 반 만에 문을 연 학생식당에서 친구와 마주 앉은 학생들의 얼굴을 반쯤 덮은 마스크도 가득한 웃음까지 모두 가리진 못했다.
서로 끌어안고 안부를 물은 뒤 수업 정보를 공유하고 시간표를 맞춰 어떤 강의를 함께 들을지 머리를 맞대고 궁리했다.
학생 식당의 메뉴 중 어느 것이 맛이 있는지를 얘기하고 커피와 케이크를 나눠 먹었다.
캠퍼스 카페에서 커피와 쿠키를 사든 한 학생은 "아! 쿠키를 사 먹을 수 있다니 다시 옛날로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대학생들의 회복 속도는 매우 빨라서, 대면 수업 하루 만에 지난 1년 반의 후퇴를 단숨에 만회하는 듯했다.
팬데믹이 빼앗아 가버린 평범하디 평범한 대학생의 일상을 비로소 되찾은 것이다.
3학기 만에 재개된 대면수업인데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낯선 절차가 추가됐다.
대면수업에 참여하려면 유럽연합(EU)에서 승인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24시간 이내 음성 결과 증명서(PCR 검사는 48시간 이내) 또는 코로나19 완치 증명서를 내야한다.
출입구에선 접촉자 추적이 가능하도록 QR코드를 찍어 등록해야 하고 강의실에선 1.5m 간격을 유지하도록 두 자리씩 띄어 널찍이 떨어져 앉아야 했다.
이 때문에 530여 석짜리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학생은 80명 정도로 줄었다.
실내라도 1.5m 떨어지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지만 거리두기를 할 수 없을 만큼 좁은 작은 공간이나 장시간 머무르는 도서관에선 마스크를 써야 한다.
실외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지만, 쓰고 다니는 사람도 눈에 많이 띄었다.
캠퍼스엔 이동식 백신접종 센터가 설치돼 누구나 사전예약 없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었다.
학생식당 앞에서 "잘 지냈냐"고 인사를 나눈 언어학·문학 전공 토비아스와 델라라, 카로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았던 3학기는 제대로 공부한 것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2∼3학기 추가로 수업을 받는 게 어떨지 서로 의견을 나눴다.
교수 자격시험을 준비 중이라는 한 학생은 "다시 캠퍼스에 사람이 가득하고 활기가 넘쳐 좋다"면서도 "다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학의 한국학과 신입생 다리우스는 "팬데믹 와중에는 온라인으로 수업했는데 이렇게 캠퍼스로 돌아와 많은 친구를 만나다니 너무 좋다"라며 기뻐했다.
그러면서 "대학 생활을 한다는 것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함께 공부하고 캠퍼스 생활을 즐기는 것인데 팬데믹 와중에는 불가능했다"이라고 말했다.
귄터 치글러 베를린자유대 총장은 이날 "지난 3학기간 우리는 대학에서 사람 간 직접적 교류는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아프게 깨달았다. 드디어 돌아와 캠퍼스를 다시 정복할 기회가 열렸다"라고 적힌 서한을 재학생에게 보냈다.
이날 독일 내 400여개 대학이 대면 수업을 재개했고 덕분에 학생 280만여명이 캠퍼스를 활보하게 됐다.
독일은 내달 감염병으로 인한 비상사태 종료를 선언할 계획이다.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은 16개주 보건장관과의 협의에서 지난해 3월 28일 선포한 국가적 감염병 비상사태가 19개월 만인 내달 25일 종료될 전망이라고 밝혔다고 빌트가 전했다.
이는 독일 질병관리청 격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위험정도나 보건시스템 과부하 위험이 중립적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독일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약 440만명, 사망자는 9만5천여명이다. 지난 한 주간 하루 확진자는 1만1천∼1만2천명으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올해 4월과 비교하면 3분의 1정도로 줄었다.
전체 인구 대비 66%가 백신 접종을 마쳤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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