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거리, 중국 관광객 급감에 '변신'…럭셔리매장↓ 식당↑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민주화 운동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홍콩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홍콩의 거리가 바뀌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8일 보도했다.
한때 홍콩 쇼핑가를 장악했던 럭셔리 매장들이 줄어들고 대신 현지인이 즐겨 찾는 식당과 술집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회사인 미들랜드 IC&I 집계에 따르면 민주화 시위 이전인 2018년 3분기부터 현재까지 홍콩 전 지역에 걸쳐 중국 관광객을 주 고객으로 보석류와 약, 생필품, 옷, 가죽제품 등을 파는 가게 5곳 중 1곳꼴로 문을 닫았다.
반면 같은 기간 식당과 식료품점은 약 9% 증가했다.
이 같은 트렌드는 가장 번화한 일부 쇼핑 지역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한때 중국 관광객에 인기 있는 지역이었던 카오룽(九龍)반도 쇼핑가 사이영초이(西洋菜) 남쪽 거리에서는 같은 기간 6개의 레스토랑과 술집이 새롭게 문을 열었지만, 화장품 등 개인용품 판매점 12곳은 문을 닫았다.
또 홍콩 중심부 퍼시벌 거리에서는 2018년 3분기 이후 5곳의 시계·귀금속 가게가 문을 닫은 반면, 1개의 음식료점이 생겨났다.
중국 정부에 맞선 시위로 홍콩 방문객의 최대 원천인 중국 여행객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다. 시위가 가라앉은 이후에도 이들은 21일간 격리 조치 등을 포함한 홍콩 당국의 '코로나 무관용' 대책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홍콩 정부는 중국과의 국경 봉쇄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더 광범위하게 다시 문을 열지 않는 한 홍콩은 싱가포르, 런던 등 세계의 다른 금융·쇼핑 중심지에 뒤처질 수도 있다고 이 통신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전에는 갈수록 더 중국 관광객 중심으로 움직이던 홍콩 가게들이 이제는 740만 홍콩 현지인의 수요에 부응하는 쪽으로 방향 전환을 하고 있다.
조너선 지먼 란콰이펑(蘭桂坊)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지역 소비 중심으로 큰 리밸런싱(재조정)이 있었다"며 "그동안 소비를 위해 도쿄나 방콕, 파리로 갔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그러지 못하게 되자 홍콩에서 소비 방법을 찾으며 만족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점에 내려졌던 코로나 관련 규제가 지난 2월부터 완화되기 시작한 이후 자사 식음료 부문이 탄탄한 내수에 힘입어 2018년 수준을 회복했다고 전했다.
정치적 우려에 따른 중국 관광객의 홍콩 여행 회복 부진과 온라인 쇼핑의 도전을 고려하면 중국과 국경을 다시 열고 중국 관광객의 방문이 재개돼도 이 같은 변화는 지속할 것이라고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의 에밀리 렁 애널리스트는 전망했다.
그는 중국 관광객들이 이전에는 고가의 럭셔리 제품 등 쇼핑을 위해 홍콩에 왔다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이미 온라인 채널을 찾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3∼4년간 홍콩 소매업에서 홍콩 현지 소비의 비중은 계속 이전보다 더 커질 것"이라며 "관광객들의 소비도 회복되겠지만, 2018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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