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 본향 시칠리아, 카톨릭 대부 지명 금지령…"마피아 우려"
카타니아 교구에서 도입…대부모 제도의 세속화에 경고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영화 '대부'(1972)의 촬영지인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한 가톨릭 교구에서 세례식 때 대부, 대모를 지명하는 교회의 전통을 3년간 금지하고 나섰다.
이 제도가 신앙적 유대감 강화가 아닌 세속적 목적으로 오용되고 있으며, 심지어 범죄 조직의 결속 강화에 악용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대부모 지명을 금지한 곳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시칠리아주 카타니아 교구다.
실제로 최근 이 교구 내 성당에서는 세례식이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열렸지만, 대부모 지명은 없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교구 관계자들은 대부모 지명이 오랜 세월 이어진 전통이고 한때는 아이의 신앙 교육에 필수적이었지만, 이제는 영적인 의미를 모두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대부모 지명이 세례식에서 '금목걸이'를 선물로 받기 위한 허례나 사회적 인맥을 넓히려는 세속적인 목적으로 오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역에서 힘깨나 쓴다는 지역 유지들은 대자녀 수십 명을 거느리고 있다고 한다.
카타니아 교구의 살바토레 젠키 부주교는 이런 조치는 "하나의 실험"이라고 말했다. 15명의 대자녀를 두고 있는 그는 "대부모로서 나는 충분한 자격이 있지만, 이 교구의 다른 99%는 그렇지 못하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대부모 제도가 범죄조직의 결속을 키우는 데 활용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탈리아 검찰은 범죄조직 두목들이 지하세계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세례식을 주목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마피아의 두목이 대자녀를 늘리는 방식으로 '영적으로 결속된' 조직을 확대하고 세를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대부'에서 주인공 마이클 콜리오네가 조카의 세례식에서 대부로 지명되는 동안, 콜리오네의 심복들이 조직의 숙적들을 모두 제거하는 장면이 이 제도의 잘못된 활용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앞서 2014년에도 이탈리아 최대 마피아 분파인 '은드란게타'의 근거지 칼라브리아주에서도 범죄조직과의 오용을 막아야 한다면서 비슷한 주장이 나온 바 있다.
당시 주세페 피오리니 모로시니 대주교는 대부모 지명을 10년간 중단하자는 제안을 담은 편지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냈다.
그러나 이 뜻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교황청 고위 관계자가 칼라브리아의 모든 주교에게서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진행을 막았다고 한다.
일부 주민들은 대부모 제도가 금지된 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증손자의 세례식에 참석한 아가타 페리(68)는 대부모 지명 행사가 제외된 데 대해 "옳지 않다. 당연히 내가 이러자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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