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사 화살' 등에 맞고도 주민 대피시킨 노르웨이 비번 경찰관
더 큰 희생 막아 '영웅'으로 떠올라…당국, 난사범 정신 감정 중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노르웨이 화살 난사 사건 당시 때마침 현장에 있던 비번 경찰관이 영웅으로 떠올랐다.
영국 일간 더 텔레그래프는 16일(현지시간) 리고베르토 빌라로엘(48) 경찰관이 사건 당시 범인이 쏜 화살을 등에 맞은 상태에서도 쓰러지거나 도망치지 않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위험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다섯 자녀의 아버지인 빌라로엘은 당시 상황에 대해 "가족과 슈퍼마켓에 있었는데, 범인이 활을 쏘기 시작했다"며 "즉시 전화로 경찰관 동료를 부르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망가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전했다.
그는 이어 "통화를 하면서 등을 돌렸는데 범인이 내 등을 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화살을 난사한 덴마크 남성 에스펜 안데르센 브라텐(37)은 인구 2만6천명의 노르웨이 마을 콩스베르그에서 활로 총 5명을 살해했다.
주민들은 빌라로엘이 적극적으로 위험을 알리지 않았다면 희생자 규모가 더 컸을 거라고 입을 모았다.
사건 당시 현장 근처에 있던 마을 주민은 "헤드폰을 쓰고 있었는데, 빌라로엘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집에 가서 나오지 말라고 했다. 그 사람이 나를 지나치는데 등에 화살이 꽂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사건 당시를 떠올리며 눈에 띄게 몸을 떨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그는 "그 사람을 마주친 이후 집까지 돌아가는 그 몇 미터가 너무너무 멀었다"며 "그 사람은 영웅이다. 그가 내 생명을 구했다"고 말했다.
사건 현장 근처에 사는 또 다른 주민은 "그 경찰관이 나에게 다가오면서 '어떤 남자가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다. 도망치라'고 소리쳤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지역 경찰서장인 퍼 토마스 옴홀트는 "훌륭한 일을 해냈다. 많은 사람들이 현장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왔다"며 "다만 지금 시점에서 빌라로엘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이 많지는 않다. 경찰관이 이런 사건에서 피해자가 되는 사례는 드물다"고 말했다.
한편, 참사의 일으킨 브라텐은 경찰 조사에서 살해 사실을 시인했으나 죄를 짓지는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몇 년 전 이슬람으로 개종한 뒤 과격한 성향을 노출해온 그는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일단 감옥이 아닌 의료시설로 보내져 4주 이상 정신 감정을 받게 된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수 개월 이상 걸릴 수도 있는 감정 결과에 따라 브라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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