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日총리, 야스쿠니신사 공물 봉납…퇴임한 스가는 참배(종합2보)

입력 2021-10-17 12:42
수정 2021-10-17 13:02
기시다 日총리, 야스쿠니신사 공물 봉납…퇴임한 스가는 참배(종합2보)

기시다, 추계 예대제 기간 참배는 하지 않을 방침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7일 총리 취임 후 처음으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NHK와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야스쿠니신사의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가 시작된 이날 '내각총리대신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마사카키'(眞신<木+神>)라는 공물을 봉납했다.

마사카키는 신단이나 제단에 바치는 비쭈기나무(상록수의 일종)를 말한다.

기시다 총리는 17~18일 추계 예대제 기간 신사를 직접 참배하는 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교도통신과 지지통신은 전했다.

지지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직접 참배하지 않는 것에 대해 "중국, 한국과의 외교 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도 재임 중 태평양전쟁 종전일(8월 15일)과 춘계 및 추계 예대제 때 직접 참배 대신 공물 봉납을 선택했다.

그러나 스가 전 총리는 이날 퇴임 후 처음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스가 전 총리는 참배한 뒤 기자들에게 "전(前) 내각총리대신으로서 왔다"고 말했다.

스가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총리 퇴임 13일 만이다.

한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2차 집권 이듬해인 2013년 12월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강한 반발을 초래한 바 있다.

아베 전 총리는 그 후 재임 기간에는 공물만 봉납하다가 퇴임 후에는 태평양전쟁 종전일과 춘계 및 추계 예대제 때 매번 직접 참배하고 있다.

그는 추계 예대제를 앞둔 지난 14일에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여야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지난 14일 국회 해산에 따라 선거 운동이 본격화한 점을 고려해 이번 추계 예대제 기간에 집단 참배를 하지 않기로 했다.



도쿄 지요다(千代田)에 있는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明治) 유신 이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천여 명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다.

이 가운데 90%에 가까운 213만3천 위는 일제가 '대동아(大東亞)전쟁'이라 부르는 태평양전쟁(1941년 12월~1945년 8월)과 연관돼 있다.

일제 패망 후 도쿄 전범재판(극동국제군사재판)을 거쳐 교수형에 처해진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 7명과 무기금고형을 선고받고 옥사한 조선 총독 출신인 고이소 구니아키(小磯國昭·1880∼1950)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을 이끌었던 A급 전범 14명도 1978년 합사(合祀) 의식을 거쳐 야스쿠니에 봉안됐다.

이 때문에 야스쿠니신사는 일본 우익 진영에는 '성소'(聖所)로 통하지만, 일제 침략으로 고통을 겪었던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 사람들에게는 전범의 영령을 모아놓은 '전쟁신사'로 각인돼 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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