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내전 티그라이 포위 참상…"하느님 불쌍히 여기소서"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 지역의 내전이 1년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앙정부의 포위로 인해 곳곳에서 참상이 벌어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이 외부와 통신이 거의 차단된 티그라이 주도(州都) 메켈레 주민 10여 명과 어렵사리 연락이 닿아 인터뷰하고 지역 내부 원조 문건을 참고한 바에 따르면 시내서 음식과 살 돈이 떨어지자 한 젊은 엄마는 아이들을 먹일 수 없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시내 가톨릭교회에선 성찬식용 제병을 만들 밀가루와 기름이 곧 동나고 메켈레의 주된 병원은 기한이 지난 약품이나마 제공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인구 50만의 메켈레는 급격히 식량, 연료, 약품, 현찰이 줄어들고 있고 시골 지역에선 수천 명이 야생 선인장 열매로 연명하거나 자신들이 받는 불충분한 원조 물품마저 팔고 있다.
사람에 의해 일어난 인재(人災)가 세계에서 10년 만에 가장 심한 기근 위기로 시작했다.
"티그라이 전체 주민 600만 명이 집단 기아에 직면해 있다"고 전 유엔 긴급구호 조정관인 마크 로우콕은 성명에서 밝혔다.
유엔, 미국, 유럽연합, 아프리카 국가들이 내전 당사자들에게 교전을 멈추라고 호소했지만 실패했다.
미국은 아프리카 제2의 인구 대국인 에티오피아의 개인들을 상대로 새로운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했지만, 에티오피아 연방군은 티그라이 무장대원들에 대한 새로운 공세에 나섰다.
메켈레에서는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전기 공급 때문에 가끔 초를 켠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초마저도 살 수 없다.
가게와 거리는 텅 비었고 식용유와 유아용 유동식은 동나고 있다. 생활필수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메켈레에서 식용유 가격은 지난 6월 봉쇄 이후 400%, 디젤은 600% 이상 상승했다고 유엔이 지난주 밝혔다.
시골 사람들과 수개월째 봉급을 받지 못한 공무원들은 새로 구걸하는 계층에 합류했다. 사람들은 갈수록 여위어 가고 라디오에서는 장례식 소식이 늘었다.
메켈레대학 연구담당 부총장인 멩그스투 하일루는 "앞으로 수 주간이 여기 상황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에 따르면 봉쇄가 시작된 후 필요 원조량의 14%만 티그라이에 들어가고 의약품은 아예 못 들어갔다. 에티오피아 중앙정부는 인도주의 지원이 티그라이 군인들에게 전용될까 봐 우려한다.
티그라이 대표적 병원인 아이데르 종합병원의 신타예후 미스기나 박사는 공포속에 상황을 지켜봤다. 환자들은 때로 식사도 못 하고 있고 지난 6월 이후 고기, 계란, 우유를 섭취하지 못했다.
앰뷸런스를 굴릴 기름이 떨어졌다. 하나 있는 디젤발전기는 연료를 구할 수 있을 때만 응급 수술용 장비를 가동한다.
심한 영양실조에 걸리고 아픈 아이 수십 명이 최근 수 주간 병원에 왔지만, 모두가 살아남지는 못했다.
그는 "발전기가 꺼져있을 때 오는 사람들에게는 하느님이 자비를 베풀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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