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 피해 바다로 달아나던 중 사망"…2천년된 유골 伊서 발견

입력 2021-10-16 17:06
"용암 피해 바다로 달아나던 중 사망"…2천년된 유골 伊서 발견

헤르쿨라네움 유적지 인근 해변서 40대 남성 유골 모습 드러내

프란체스키니 문화장관 "놀라운 발견" 반겨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약 2천 년 전 화산 폭발로 멸망했던 고대 로마 도시 헤르쿨라네움에서 용암을 피해 바다 쪽으로 도망가다가 사망한 듯 보이는 남성의 유골이 발견됐다.

약 25년 만에 재개된 발굴작업 도중 이뤄낸 최신 성과로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 자료로 평가된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언론 가디언 등에 따르면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매몰됐던 한 남성의 유골이 1천942년 만에 헤르쿨라네움 유적지 인근 해변에서 발견됐다.



이번 발굴작업을 이끈 프란체스코 시라노 헤르쿨라네움 고고학공원 원장은 이탈리아 ANSA통신과 인터뷰에서 발견 당시 남성은 바다를 등지는 방향으로 누워있었고 탄화된 나무로 둘러싸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유골과 함께 발견된 지붕보가 남성의 두개골을 으깬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전했다.

발견된 남성의 유골은 밝은 붉은 색상이었는데 시라노 원장은 남성의 피가 얼룩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 밖에도 가방이나 동전 등 당시 남성의 소지품으로 추정되는 물건들도 발견됐다. 연령대는 40~45세로 추정된다.

조사팀은 이 남성을 구조를 기다리던 단순 대피자로 추정했지만 시민들을 구하려던 군인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번 발견은 지난 1월 말 시라노 조사팀이 발굴작업을 재개한다고 발표한 이후 나온 성과로 1980~90년대 같은 곳에서 300여 명의 유해가 발견된 지 약 25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다리오 프란체스키니 문화장관은 이번 발굴을 "놀라운 발견"이라고 반겼다.

시라노 원장은 이로써 현대 기술로 당시 도시 모습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조사팀은 특수 금속 날을 이용해 유골을 덮고 있던 용암을 깎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화산 분화 당시 순간을 묘사한 시라노는 "이곳의 마지막 순간은 매우 짧았지만 끔찍했다"며 "화산분출로 형성된 화쇄난류가 마을에 처음 닿았던 시각은 새벽 1시이다. 그 온도만 자그마치 300~400도에 달하는데 일부 연구에서는 500~700도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나폴리 인근에 위치한 베수비오 화산은 서기 79년 폭발로 화산재와 용암, 유독가스 등으로 최소 2천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로 인해 폼페이와 헤르쿨라네움 등 도시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18세기 초반부터 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폼페이와 함께 고대 로마에서 가장 번성했던 도시로 꼽히는 헤르쿨라네움은 폼페이보다 규모는 작지만 유적의 보존 상태는 더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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