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혁 "인니 노후 해양플랜트 한국기술로 해체, 블루카본 협력"

입력 2021-10-15 10:24
문성혁 "인니 노후 해양플랜트 한국기술로 해체, 블루카본 협력"

1급 항해사 출신 해수장관 "한국도 한때 선원 송출국…교육 중요"

한국 갯벌·염생식물과 인니 맹그로브숲 '탄소중립원 인증' 돕기로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한국이 인도네시아의 노후 해상유전 시추시설 등 해양플랜트 해체작업을 본격 지원한다.

인도네시아 바다에는 500기 정도의 석유·가스 시추시설 해양플랜트가 20년 이상 사용을 마치고 버려져 있어 해양오염 우려를 낳고 있다.

또, 국제사회에서 탄소중립원으로 인증받기 위해 한국의 갯벌·염생식물과 인도네시아의 맹그로브숲을 서로 밀어주기로 약속했다.



지난 12일부터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15일 연합뉴스 특파원과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로 해양플랜트 서비스산업 양해각서(MOU) 체결과 블루카본 협력 약속을 꼽았다.

문 장관은 "한국은 세계 최고 조선 강국이다. 해양플랜트를 만드는 기술이 있는 국가에 해체·재활용 기술도 있다"며 "국제 산유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 해양플랜트를 설치해 쓰고 노후화되면 해양오염 우려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둔다. 이걸 우리가 해체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플랜트가 건조된 이후의 운송, 설치, 운영, 해체와 관련된 '해양플랜트 서비스산업'은 세계 시장 규모가 360조원에 이른다.

우리 해수부는 한국 기업들과 함께 인도네시아 칼리만탄(보르네오섬) 동부에 있는 노후 해양플랜트 3기를 해체하는 시범사업에 연내 착수해 2025년까지 마치고, 이를 실적 삼아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문 장관은 "해양플랜트는 시추 시설과 함께 보관용 탱크가 있어 덩치가 크다"며 "해체하려면 수중작업도 해야 하고, 자칫 화재 위험도 있다. 하지만, 우리 기술로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아울러,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국제사회에서 갯벌·염생식물과 맹그로브숲이 탄소중립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서로 밀어주기로 했다.

열대우림 등 나무가 흡수한 탄소를 '그린카본'이라 하고, 해양생태계가 흡수한 탄소를 '블루카본'이라고 한다.

한국의 갯벌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꼽히며, 갯벌 자체가 많은 탄소를 흡수하고 갯벌에서 잘 자라는 염생식물도 탄소를 잘 흡수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맹그로브 숲 면적은 350만 헥타르로 전 세계 1위를 자랑한다.

문 장관은 "루훗 판자이탄 인도네시아 해양투자조정부 장관이 양자 면담에서 아주 적극적으로 블루카본 협력을 요청했다"며 "양국이 보유한 블루카본의 온실가스 흡수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면 탄소중립 달성과 기후변화 대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 장관은 이날 북자카르타의 100헥타르 규모 맹그로브 생태공원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문 장관은 루훗 장관이 인도네시아도 해조류 양식 산업을 발전시키고 싶다며 기술 지원 등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현재 100여개국으로 수출되는 국내 수산물 가운데 1위는 '김'이다. 연간 5억 달러(6천억원) 이상 팔린다.

문 장관은 "귀국 후 회의를 소집해 인도네시아의 열대 해역에서 어떤 해조류의 양식, 산업화가 가능한지 검토해 인도네시아에 답해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장관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이나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관련해 20여개 관계 장관회의가 있는데, 해양 부문 장관회의가 없다"며 "한-아세안 해양수산 장관회의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루훗 장관이 공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한국해양대 항해학과를 졸업하고, 1급 항해사 자격증을 따고 10년간 배를 탔다.

이후, 해양대 교수를 거쳐 2008∼2019년 스웨덴 소재 세계해사대학교(WMU) 첫 한국인 교수로 50여개국에서 온 학생을 가르쳤다.

문 장관은 "인도네시아는 80년대 초반 실습선을 타고 처음 왔고, 이후 해사대의 파견 강의까지 5∼6차례는 왔던 것 같다"며 "인도네시아는 1만7천개 섬과 2억7천만명의 인구를 보유해 해양 분야에서도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도네시아인 선원 수가 14만3천명으로 세계 3위다. 우리나라도 한때는 해양대를 졸업해도 탈 배가 없어서 미국, 영국으로 일하러 가던 선원 송출국이었다"며 "우리가 그랬듯 인도네시아도 교육에 힘쓰면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장관은 이날 세계해사대 교수 시절 가르쳤던 인도네시아인 제자 10여명과 만남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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