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강경 목소리 통했나…미, 이란핵 '다른 선택지' 주목
AP "바이든 행정부 이스라엘 강경 입장에 호응"
미국 이란 특사의 사우디·UAE·카타르 순방에 눈길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협상 재개가 지연되는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 외교 수장이 한자리에서 이란을 강력하게 압박했다.
그동안 외교를 통한 이란 핵문제 해결에 무게를 실었던 미국이 이스라엘의 강경한 입장에 호응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이란 특사의 중동 순방 계획에도 눈길이 쏠린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 중인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전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이란의 핵무기 제조를 저지하기 위한 군사력을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라피드 장관은 "국가가 악으로부터 세계를 보호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며 "만약 테러 정권(이란)이 핵무기를 손에 넣는다면 우리는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명 세계가 이것(이란의 핵무장)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전 세계가 핵무장 저지를 심각하게 여긴다는 것을 이란이 믿지 않는다면, 그들은 폭탄을 향해 달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무장 저지를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라피드 장관의 이날 발언은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한층 높아진 대이란 압박 수위와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블링컨 장관은 외교적 수단을 동원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이 실패할 경우 '모든 선택지'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P 통신은 그동안 핵 합의 복원을 반대하며 무력을 써서라도 이란의 핵무장을 제지하겠다고 공언해온 이스라엘의 목소리에 바이든 행정부가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스라엘은 지난 8월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당시 이런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연립정부의 이인자이자 2023년 총리직을 승계하는 라피드 장관도 앞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핵 합의 복원 및 제재 완화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이란 특사인 로버트 말리도 이날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화상 행사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제약이 없는 세상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모든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란이 다른 길을 선택하고 우리가 이스라엘 및 다른 파트너들과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면서, 조만간 다른 선택지를 논의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공식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 제조에 근접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미국의 이란 핵 합의 복원 시도를 반대해왔다.
이스라엘은 특히 공격자가 드러나지 않는 이른바 '그림자 전쟁'을 통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라늄을 농축하는 이란 지하 핵시설의 화재와 전기고장, 이란 핵 과학자 암살 등이 이른바 이스라엘이 실행한 공격이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란은 지난 4월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핵 합의 복원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지난 6월 보수 성향 성직자 출신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가 새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협상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이란은 2018년 미국의 일방적인 핵 합의 파기 이후 우라늄 농축도를 높여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았으며, 미국과는 핵합의 복원 조건을 두고 대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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