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700년 전 인분 분석해보니…"그때도 맥주와 치즈 즐겼다"
이탈리아 연구진, 알프스 광부 대변서 효모 등 발견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2천700년 전에도 인류는 발효 기술을 활용해 맥주와 치즈 즐겨 먹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시 인분을 분석한 결과다.
이탈리아 연구진이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할슈타트 소금광산에서 채취한 인간 대변 표본 4개를 분석한 결과 가장 오래된 2천700년 전 표본에서 곰팡이 2종이 발견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표본에서 검출된 곰팡이는 푸른곰팡이의 일종인 '페니실리움 로크포르티(Penicillium Roqueforti)와 효모인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시아(Saccharomyces cerevisiae)였다. 지금도 블루치즈, 맥주 효모 등을 제조하는 데 활발히 쓰이는 유익한 곰팡이다.
이는 인류가 치즈를 숙성시켰다는 증거로서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인류가 알코올을 섭취했다는 사실 역시 고문서 등을 통해 익히 증명된 바 있지만, 분자 분석 수준에서 맥주 섭취를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이 논문을 쓴 이탈리아 민간 연구소 '유락 리서치'(Eurac Research)의 미생물학자 프랭크 맥스너는 "2천년 전 인류도 발효 기술을 활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놀랐다"고 말했다.
당시의 대변을 통해 당시 소금광산 광부들이 균형 잡힌 식습관을 가졌다는 사실도 파악됐다.
광부들은 대체로 곡물, 과일, 콩 위주의 식단을 즐겼고, 단백질원으로 일부 고기도 섭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맥스너는 "광부들에게 꼭 필요했던 식습관"이라며 "분명히 균형 잡혀 있고, 주요 필수 영양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할슈타트의 소금광산에서 이뤄졌다. 할슈타트 마을은 3천년 이상 소금 생산지로 활용돼 왔다.
당시 광부들은 하루를 통째로 광산에서 보내면서 일하고, 먹고, 마시고, 볼일을 봤다고 한다.
광산 주변 기온은 섭씨 8도 정도로 크게 변화가 없고, 소금이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어 광부들의 대변이 오랜 기간 보존됐다고 연구자들은 전했다.
이번 연구자들이 분석한 대변 샘플은 총 4개였다. 가장 오래된 샘플은 2천700년 전 청동기 시대 것으로 파악됐고, 2개는 철기시대, 나머지 1개는 18세기에 광부들이 눈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현대 생물학'(Current Bi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