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발생 때마다 열대지역 어린이 수백만명 영양실조·후유증

입력 2021-10-13 16:42
엘니뇨 발생 때마다 열대지역 어린이 수백만명 영양실조·후유증

코로나19 3배…"예측가능한 기상 이변, 인도주의적 계획에 통합 대처"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적도 부근의 수온이 오르는 '엘니뇨'(El Nino)가 발생할 때마다 이상 강우로 열대 지역을 중심으로 수백만 명의 어린이가 영양실조에 빠지고 후유증이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교 경제학과 제시 안틸라-휴즈 조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986~2019년의 엘니뇨 관측 자료와 51개 개발도상국 어린이 130만명의 인구·보건 자료를 분석해 얻은 이런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의 수온이 오르면서 약 4~7년 주기로 발생해 일부 지역에는 강수량이 줄어들며 가뭄을 가져오고 다른 지역에는 반대로 너무 많은 비를 뿌리는 등 강우 양상을 바꿔 놓는다. 이런 기상이변은 특히 열대지역의 농작물 작황에 큰 영향을 끼친다.

네이처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엘니뇨가 대부분의 조사대상 국가에서 그 해 어린이들의 평균 이하 체중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연관성은 엘니뇨로 강수량이 줄어든 국가에서 주로 나타났으며, 강수량이 늘어난 일부 국가에서도 포착됐다.

연구팀은 이미 20%의 어린이가 표준 체중에 심각히 미달하는 열대지역 국가 전반에 걸쳐 엘니뇨가 영양실조 어린이를 늘려놓는 것으로 분석했다.

어린이의 평균 이하로 떨어진 체중은 엘니뇨가 끝난 뒤 다시 회복됐지만 키 성장은 영양실조의 충격으로 수년간 저해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전형적인 엘니뇨로 어린이 영양실조가 치솟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영양실조의 세 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015년 엘니뇨 영향이 특히 심해 약 600만명의 어린이가 추가로 영양실조를 겪기도 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시카고대학 해리스 공공정책 대학원의 아미르 지나 조교수는 "전염병 대확산은 예측한 사람이 거의 없어 미리 준비할 수 없지만 어린이 성장과 건강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엘니뇨에 대해서도 같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예측 가능한만큼 피해가 확산하지 않도록 미리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엘니뇨가 개도국의 기아 퇴치 노력을 크게 저해하지만, 기상학자들이 이를 6개월 전에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도주의적 지원 계획에 엘니뇨 피해를 통합해 다룰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틸라-휴즈 조교수는 "엘니뇨는 세계 도처에서 비극으로 이어지는 정기적인 기상 사건"이라면서 "몇 년마다 주기적으로 겪고 앞으로도 닥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직 아무런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는 사실은 기후 변화로 엘니뇨로 인한 많은 기상 이변을 예측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나쁜 신호"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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