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前닛산차 회장 "일본 형사재판 99.4% 유죄"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에서 형사재판을 피해 레바논으로 도주한 카를로스 곤(67) 전 닛산차 회장이 유죄를 전제로 재판이 진행된다는 취지로 일본 형사재판 체계를 비판했다.
곤 전 회장은 13일 방송된 NHK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무죄 판결이 거의 나오지 않는 일본 형사재판에선 자신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도주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소득을 줄여 신고하고 배임을 저지른 혐의(금융상품거래법 등 위반)로 구속기소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곤 전 회장은 2019년 12월 대형 악기 상자(케이스)에 몸을 숨기는 수법으로 오사카(大阪) 간사이공항에서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해 국적이 있는 레바논으로 도주했다.
도쿄지방재판소는 지난 7월 그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기소된 미국 특수부대 출신 마이클 테일러와 아들 피터 테일러에게 각각 징역 2년과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테일러 부자는 2020년 5월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체포돼 올해 3월 일본으로 넘겨졌다.
일본 당국은 곤 전 회장이 도주한 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를 통해 지명수배하고, 레바논 정부에는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그러나 레바논은 일본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점을 들어 신병 인도를 거부하고 있다.
곤 전 회장은 도주 동기를 묻는 말에 "일본 형사재판은 99.4%가 유죄가 된다는 것을 알고 나 자신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박해를 당하고 가족도 부당한 대우를 받아 일본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도주 상황에 대해선 "비행기 탑승 전 상자 속에 숨어있을 때가 위기였다"면서 다행히 엑스레이 검사를 받지 않아 탈출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레바논 정부가 일본 정부의 신병 인도 요청에 응할 가능성에는 "나는 레바논 시민권자여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당국이 수사 자료를 넘겨 레바논에서 재판받도록 한다면 응할 수 있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곤 전 회장은 다만 자신을 몰아내려는 닛산차 내부의 음모에 따라 일본 당국이 자신을 기소한 사실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레바논 재판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대학에서 자원봉사로 경영전략 등에 관해 강의하면서 책도 쓰고 있다"고 자신의 근황을 전하면서 레바논 국민의 대다수가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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