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형 핵잠수함 기술 빼돌리던 미 해군 기술자 무기징역 위기

입력 2021-10-13 00:26
최신형 핵잠수함 기술 빼돌리던 미 해군 기술자 무기징역 위기

용의자가 판매 타진한 국가, FBI에 적극 협조…어느 나라인지 관심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군의 최신형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빼돌리다 체포된 미 해군 기술자 부부가 무기징역 위기에 처했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미 연방검찰은 전날 원자력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미 해군 소속 기술자 조너선 토비와 아내 다이애나 토비가 무기징역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 부부에게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토비는 외국에 미 해군의 최신형 버지니아급 공격형 핵잠수함 기술 관련 문건 수천 건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원자력법에 따라 접근이 엄격히 통제되는 특별취급자료에 손을 댄 것이다.

그러나 토비가 외국 당국자로 믿고 교신했던 상대방은 위장 근무 중인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이었다. 토비는 한 척 구축에 30억 달러(한화 약 3조6천억원)가 드는 이 핵잠수함 기술 자료를 10만 달러(1억2천만원)에 넘겨줬다.



관심은 토비가 핵잠수함 기술을 넘기려 했던 국가가 어디냐는 것이다. 핵잠수함 기술은 미국이 공유를 극도로 꺼리지만 각국이 눈독을 들이는 최고급 기밀이다.

이번 사건에서 눈에 띄는 건 토비가 애초 접촉했던 국가에서 FBI에 핵잠수함 기밀 판매 시도를 신고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수사에도 전폭적 지원을 했다는 점이다.

WP에 따르면 토비는 자신이 접촉하고 있는 상대방이 외국 정부 당국자인지 확신을 얻고자 워싱턴DC의 그 나라 대사관으로부터 미국의 현충일격 공휴일인 메모리얼데이에 특정한 신호를 받고 싶어했고 FBI와 해당국의 협조 속에 토비의 바람대로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러한 정황을 토대로 해당 국가가 미국의 동맹국이거나 적어도 파트너십이 있는 국가일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은 1958년 영국을 제외하고는 내준 적이 없을 정도로 핵잠수함 기술을 중시하다가 최근 영국, 호주와 새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결성하면서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 지원을 결정, 놀라움을 안겼다.

미 언론은 두 자녀를 데리고 평범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던 부부가 최고급 기밀을 빼돌리다 체포돼 이웃에 충격을 줬으나 스파이치고는 엉성한 대목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례로 토비 부부는 메모리카드를 약속된 장소에 떨어뜨려 놓으려 집을 떠나면서 페이스북에 아이를 봐줄 사람을 구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때는 이미 FBI가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던 때였다.

이들은 반창고 포장지와 껌 상자, 땅콩버터 샌드위치에 메모리카드를 숨기며 적발되지 않으려 애를 썼으나 결국 지난 9일 체포됐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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