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집콕'했던 아이들…"결국 비만이 고혈압 된다"(종합)
우리아이들병원, 초등생 1천548명 분석…"비만하면 고혈압 위험 2∼3배↑"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소아·청소년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비만에 따른 고혈압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아·청소년 전문 우리아이들병원 연구팀(박준·정성관·백정현)은 올해 5∼7월 초등학생 1천548명(1학년 813명, 4학년 735명)을 대상으로 자체 시행한 학생건강검진 결과,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13일 밝혔다.
이 분석 결과는 20일 열리는 소아청소년과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보통 고혈압은 성인은 물론이고 소아·청소년에게서도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학생건강검진 등을 통해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아 고혈압은 성인 고혈압과는 기준이 다르다. 같은 나이, 성별, 키에 따라 수축기 또는 이완기 혈압의 백분위수를 기준으로 따진다. 수축기 또는 이완기 혈압이 90 미만 백분위수면 정상 혈압, 90 이상∼95 미만 백분위수면 상승혈압, 95 이상 백분위수면 고혈압으로 정의한다.
다만, 만 13세 이상부터는 정상혈압 120/80㎜Hg 미만, 상승혈압 120~129/<80㎜Hg, 고혈압 130/80㎜Hg으로 성인과 같다.
이번 분석 결과를 보면, 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 비만 그룹(16.6%, 135명)의 고혈압 의심 비율이 5.9%(8명)로 정상 그룹의 1.8%(12명)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초등학교 4학년에서도 비만 그룹(19.5%, 143명)은 고혈압 의심 비율이 11.9%(17명)에 달했지만, 정상 그룹에서는 그런 비율이 4.9%(29명)에 머물러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소아·청소년의 비만에 따른 고혈압이 문제가 되는 것은 성인이 됐을 때 심장마비,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신부전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성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생활과 야외 활동이 제한되면서 소아·청소년의 비만이 악화했음을 보여 주는 연구 결과도 나와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올해 4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9년 12월부터 2020년 5월까지 두 차례 이상 병원을 찾은 만 6∼18세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 90명을 조사한 결과 등교 중지를 전후해 비만 관련 지표 모두가 악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약 넉 달 간격으로 측정한 결과 조사 대상 소아·청소년 환자들의 평균 몸무게는 71.1kg으로 3.9kg 늘었으며, 비만 여부를 가늠하는 BMI 역시 26.7에서 27.7로 뛰어 정상 범위 밖의 증가세를 보였다. 총콜레스테롤, 중성 지방, 공복혈당, 간수치 등 대사증후군 관련 지표도 높아졌다.
박준 우리아이들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혈압은 소아·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성장할 때 신체적 성장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따라서 소아청소년기부터 고혈압 관리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고혈압의 위험 요소 중 하나인 비만부터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성관 전문의(우리아이들병원 이사장)는 "코로나19로 소아 비만이 늘어 고혈압으로 악화하는 게 걱정되긴 했지만, 실제로 이 정도일 줄 몰랐다"면서 "소아·청소년들이 병원을 방문할 때는 신체 계측을 통해 비만 여부를 진단하는 것은 물론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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