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권력장악 튀니지, 2개월여만에 새정부 출범
AP "첫 여성총리 포함 역대 가장 많은 10명의 여성 입각"
개혁·비정상적 통치 종식 관련 언급 없어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대통령이 부패 척결의 기치를 내걸고 총리를 해임하고 의회 기능마저 정지시켰던 북아프리카 튀니지에 2개월여 만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나쥴라 부든 총리가 제출한 정부 구성안을 승인했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이 보도했다.
AP 통신은 튀니지 최초의 여성 총리인 부든과 레일라 자펠 법무부 장관, 유임된 시헴 부그디리 넴세야 재무장관 등 역대 가장 많은 10명의 여성이 입각했다고 전했다.
부든 총리는 국영 TV를 통해 중계된 취임식에서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부패 척결을 제시했다.
부든을 총리로 임명한 사이에드 대통령은 "좌절을 극복하고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정부를 위협하려는 모두에게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튀니지의 재정,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개혁 방안이나 비정상적인 통치를 언제 종식할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법학 교수 출신으로 지난 2019년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젊은 층의 큰 지지를 얻어 당선된 사이에드 대통령은 지난 7월 히셈 메시시 전 총리를 전격 해임하고 의회의 기능을 정지시켰다.
주요 정당들은 그런 사이에드 대통령의 돌발행동을 '쿠데타'로 규정하며 반발했지만, 기존 정치권에 불만을 품은 적지 않은 수의 국민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정치 상황이 2개월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대통령이 헌법을 무시한 무기한 '칙령 통치'(rule by decree)를 선언하면서 국내외에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특히 지난달 26일에 이어 10일에도 수도 튀니스 수천 명의 시민이 모여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튀니지는 2011년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 민중 봉기의 발원지로 중동에서 드물게 정치적 민주화에 성공한 국가로 꼽힌다.
아랍의 봄 이후 처음으로 2018년 5월 지방선거가 실시됐고, 2019년 10월 민주적 선거를 통해 사이에드 대통령이 당선됐다.
하지만 높은 실업률을 비롯한 경제난, 정치적 갈등, 부패에 대한 국민 불만이 큰 가운데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치면서 민생고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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