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아일랜드 각료들, 브렉시트 갈등에 트위터에서 '으르렁'

입력 2021-10-11 04:50
영국-아일랜드 각료들, 브렉시트 갈등에 트위터에서 '으르렁'

영국, 북아일랜드 협약 '상당한 변화' 요구…"ECJ 배제하라"

아일랜드 외무장관 "새로운 레드라인…EU-영 관계 망가질 수도"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과 아일랜드의 각료들이 브렉시트 협정을 둘러싼 갈등으로 트위터에서 공개 설전을 벌이는 등 날을 세웠다.

사이먼 코베니 아일랜드 외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영국 정부는 정말 합의된 길을 원하는가 아니면 관계가 더 망가지기를 바라는가?"라고 적었다.

그러자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 담당인 데이비드 프로스트 부장관도 "트위터에서 협상하는 걸 선호하지 않지만 코베니 장관이 시작했다"며 곧장 받아쳤다.

불쏘시개는 전날 프로스트 부장관이 낸 입장문이다.

그는 12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EU 등의 외교인사 등을 대상으로 연설을 하기에 앞서서 요약본을 배포했다.

연설 요약본에서 그는 영국과 EU간 북아일랜드 협약에 상당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이에 더해 협약이 유지되려면 분쟁조정에서 유럽사법재판소(ECJ)는 빠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독립적인 별도 기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코베니 장관은 ECJ 문제에 관해 영국 정부가 유럽으로선 넘을 수 없는 새로운 '레드 라인'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단일시장 법규를 해석하는 최상위 기관인 ECJ를 배제하는 것은 전체 협약을 흔드는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프로스트 부장관은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3개월 전에 우려를 표했는데 제대로 들은 사람이 없던 게 문제"라고 반박했다.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협정을 체결하면서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국경이 맞닿은 북아일랜드는 EU 단일시장에 남기기로 했다.

이 때문에 북아일랜드에서 EU 국가로 수출할 때는 통관, 관세, 서류 작업 등이 필요 없지만, 영국 본토와의 교역에는 어려움이 생기게 됐다. 이런 상황은 북아일랜드내 통합주의자들의 반발을 초래했다.

그러자 영국은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상당한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영국은 ECJ 역할에 관해 동의한 것은 당시 매우 독특한 협상 상황 때문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13일에 북아일랜드 협약 개혁안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영국이 요구하는 '상당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과 BBC 등이 보도했다.

EU의 수정안은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사이 육류·유제품·의약품 등 물품 이동과 관련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가령, 슈퍼마켓들이 소시지 등을 영국에서 EU로는 가져갈 수 없지만, 북아일랜드 매장에는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북아일랜드 협약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소시지 등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안을 둘러싼 갈등은 '소시지 전쟁'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프로스트 부장관은 북아일랜드 협약 수정이 신속하게 합의되지 않으면 영국은 16조 카드를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6조는 협약이 심각한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초래한다면 어느 쪽이든 개입하고 협정 일부를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 장치다.

영국은 예전부터 16조를 언급했지만 아직은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

BBC는 양측 모두 10월 말∼11월 초에 짧게 집중적으로 협상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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