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국통일" vs 대만 "국토수호"…양안 갈등 격화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신해혁명 110주년을 맞아 중국과 대만의 최고 지도자가 날 선 설전을 벌이며 양안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조국 통일' 발언에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국토 수호'로 맞서면서 양측이 정면 대결에 나선 모양새다.
양안의 이번 갈등은 특히 중국이 국경절 연휴인 지난 1∼4일 총 149대의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들여보낸 초대형 무력 시위 직후여서 작지 않은 파문을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먼저 시 주석이 중국 최초 공화국인 중화민국을 세우는 계기가 된 신해혁명 기념일(10월 10일·쌍십절) 하루 전날 차이 총통과 민진당을 향해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며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쌍십절을 중국은 혁명기념일이라고 부르지만, 대만은 건국기념일이라고 칭한다.
시 주석은 지난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에서 "조국을 배반하고 국가를 분열시키는 사람은 끝이 좋은 적이 없었다"며 민진당을 비난한 뒤 "반드시 인민에게 버림받고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독립은 중화민족의 부흥에 심각한 위협으로, 좌시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한다.
시 주석은 이어 "대만 문제는 완전히 중국 내정으로 어떤 외부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국 등 서방을 겨냥한 뒤 "그 누구도 중국 인민이 국가 주권과 영토보전을 수호하려는 확고한 결심과 의지, 강한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기념식 행사가 열린 인민대회당 단상 뒤편에는 신해혁명의 주역인 쑨원(孫文)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아울러 시 주석은 "완전한 조국 통일의 역사 임무는 반드시 실현해야 하며 틀림없이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만도 주권 확보와 국토 수호를 견지하겠다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차이 총통은 10일 타이베이 총통부 앞에서 열린 중화민국 110주년 건국기념일 행사에서
중국을 향해 "대만인이 압력에 굴할 것이라는 환상은 절대 없어야 한다"며 주권 확보와 국토 수호를 견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차이 총통은 양안 관계에 대해 "우리의 호의와 약속은 변함이 없다"며 "현상 유지가 우리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안의 이견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평등한 대화를 통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우리는 전력을 다해 현 상황의 일방적인 변화를 저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누구도 우리가 중국이 펼쳐놓은 길을 택하도록 강요하지 못하게 계속해서 국방을 강화하고 우리 스스로를 방어하겠다는 결심을 보여주겠다"고 덧붙였다.
전날 '역사의 심판'을 내세우며 대만을 압박한 중국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차이 총통은 또 ▲ 자유민주 헌정 체제의 영원함 ▲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이 서로 예속된 것이 아님 ▲ 주권 침범 및 합병을 용납하지 않음 ▲ 중화민국(대만)의 앞날은 반드시 전 대만인 전체의 의지에 따라야 함 등의 4가지 항목 견지가 대만인이 우리에게 준 '마지노선'이자 최대 공약수라고 밝혔다.
양측은 서로를 향한 무력 과시도 잊지 않았다.
중국은 신해혁명 기념식에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 대표단이 참석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집중 조명했다.
행사장에는 육군, 해군, 공군, 무장경찰 등 다양한 제복을 입은 군경이 참석했고, 중국 중앙(CC)TV는 여러 차례 이들을 클로즈업했다.
반면 대만은 건국기념일 행사에서 3군 의장대 시범을 시작으로 CH-47SD 치누크 수송헬기가 길이 18m, 폭 12m, 무게 45kg에 달하는 사상 최대 크기인 중화민국 국기를 매달고 총통부 상공을 비행했다.
또 슝펑(雄風)-2와 슝펑-3 초음속 대함 미사일, 톈궁(天弓)-3, 톈젠(天劍)-2 미사일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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