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대출한도 60% 소진…이번 주 '신용대출 중단' 가능성

입력 2021-10-10 06:05
토스뱅크, 대출한도 60% 소진…이번 주 '신용대출 중단' 가능성

서비스 사전신청 150만명 돌파…대출 총량 규제에 40만명에만 오픈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25% 돌파…목표치 34%에 빠르게 접근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중저신용자 포용을 내걸고 출범한 3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영업 개시 나흘 만에 25%를 돌파했다.

연 2% 통장과 최저 2.76% 금리 신용대출 등 파격적인 여·수신 상품을 내놓으며 토스뱅크 뱅킹 서비스 사전신청자는 15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출범 시기가 하필 '대출 빙하기'와 맞물려 금융당국이 연말까지 대출 총량을 5천억원으로 묶어버린 탓에 나흘간 사전신청자 150만명 중 40만명에게만 서비스를 오픈했다.

시중은행의 잇따른 대출 중단에 토스뱅크로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5천억원이 금방 동날 것으로 보여 신용대출 중단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 사전신청 150만명 중 40만명에 오픈

10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의 뱅킹 서비스 사전신청 고객은 출범 전날인 지난 4일 106만명이었으나 출범 직후부터 사전신청자가 대거 몰리며 지난 7일 오후 5시 기준 150만명을 넘어섰다.

아무 조건 없이 연 2.0% 이자를 제공하는 수시입출금 통장, 시중은행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최저 2.76% 금리로 시작하는 신용대출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토스뱅크는 지난 5일 출범 이후 8일까지 나흘간 사전신청자 150만명 중 40만명에게 서비스를 오픈했다. 예금, 대출, 카드 등 은행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인원이다.

토스뱅크는 정식 출범 전 신청을 마친 100만명가량의 사전신청 고객에게는 가급적 이달 안에 서비스를 오픈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 대출 총량 '5천억' 제한, 한도 60% 이미 소진…대출 중단 '초읽기'

토스뱅크는 당초 사전 신청 고객에게 뱅킹 서비스를 일괄 오픈하려 했으나 올 하반기 들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가 강화되고 '신생 은행'임에도 대출 총량 규제를 적용받게 되면서, 대대적인 서비스 오픈을 하지 못하고 여·수신 상품 가입 속도를 더디게 조정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올해 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6%대'로 묶도록 요구했으며 새로 문을 연 토스뱅크에도 연말까지 석 달간 신용대출 총량이 5천억원을 넘지 않도록 했다. 5천억원의 총량 제한에는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사전신청자 일부에게만 서비스를 오픈했는데도 이미 토스뱅크 대출액은 3천억원에 육박해 60%가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중저신용자 비중은 25%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치는 전체 신용대출에서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신용평점 하위 50%(820점 이하) 대출자에 나간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기존 은행을 단숨에 넘어선 것은 물론이고, 토스뱅크가 당국에 제출한 올해 연말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34.9%) 달성에 빠르게 다가가고 있는 셈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중금리대출 비중은 현재 10%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토스뱅크는 대출 가능한 총량이 묶인 탓에 오픈 첫 주 속도대로라면 당장 며칠 내 5천억원이 동나면서 신용대출을 중단하게 될 가능성이 큰 상태다.



◇ '대출 빙하기' 유탄에 난감…고객들 "언제 통장 만들 수 있냐" 항의

토스뱅크가 사전 인가를 받고 정식 오픈을 하기까지 불과 몇 달 새 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가 한층 강화되는 등 금융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지면서, 이제 갓 출범한 토스뱅크는 당초 계획했던 영업 구상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토스뱅크가 시장에서 이례적인 연 2% 금리를 지속 제공하는 통장을 내놓은 것은 토스뱅크에 주어진 미션인 중저신용자 대출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과 맞물려 있다.

토스뱅크만의 신용평가모델(CSS)로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문턱을 크게 낮춰 중저신용자를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그에 따라 발생한 이자 이익을 고금리 수신상품으로 고객에게 되돌려주는 구조로 여·수신 상품을 연동해서 설계한 것이다.

이를 고려해 당초 토스뱅크가 계획했던 올해 3개월간 대출 총량은 '조 단위'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위는 가계대출 조이기 정책 기조와 다른 은행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5천억원을 넘지 않도록 했다.

카카오뱅크가 연말까지 신용대출을 사실상 중단했고,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도 하나둘씩 대출을 중단하는 상황에서 토스뱅크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생 은행인데도 대출 총량을 5천억원으로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토스뱅크는 대출 총량은 제한을 받더라도, 중금리 대출 규모만이라도 총량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연유로 토스뱅크가 가입자 서비스 오픈에 속도 조절을 하는 사이 사전 신청을 했음에도 아직 통장을 개설 못 한 고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언제 통장을 만들 수 있냐"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토스뱅크는 출범 전 신청한 100만명에게는 10월 중 가급적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이나, 이후로도 대기 번호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토스뱅크 측은 "계획대로 고객들에게 빠르게 서비스를 열고 싶은 마음"이라며 "당국과 협의를 지속하며 고객 한분 한분께 온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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