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반드시 조국통일"…대만 "미래는 우리 인민 손에"(종합2보)
신해혁명 110주년 연설…"국가 분열은 역사의 심판 받을 것"
"평화 통일이 전체 이익에 가장 부합"…'중화민족 위대한 부흥' 역설
대만 정부 반발…"중국 일부 아니다…민의는 '일국양제' 거부"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9일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대만 독립 세력'과 외국 세력에 경고하면서 조국 통일을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에서 "'대만 독립' 분열은 조국 통일의 최대 장애이자 민족 부흥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조국을 배반하고 국가를 분열시키는 사람은 끝이 좋은 적이 없었다. 반드시 인민에게 버림받고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만 문제는 완전히 중국 내정으로 어떤 외부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 그 누구도 중국 인민이 국가 주권과 영토보전을 수호하려는 확고한 결심과 의지, 강한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대만 문제 등으로 중국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미국 등 서방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완전한 조국 통일의 역사 임무는 반드시 실현해야 하며 틀림없이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이 나올 때마다 인민대회당에서는 큰 박수가 쏟아졌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한다. 시 주석은 필요하면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통일할 수 있다고 2019년 공언한 바 있다.
중국은 국경절 연휴인 지난 1∼4일 총 149대의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들여보내는 초대형 무력 시위를 벌이는 등 대만에 대한 군사·정치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대만 문제는 민족의 나약과 혼란 때문에 생긴 것으로 민족 부흥에 따라 꼭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통일을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언급은 자제했다.
시 주석은 "평화적인 방식의 조국 통일은 대만을 포함한 중화민족 전체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 우리는 '평화 통일,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기본 방침과 '하나의 중국' 원칙, '92공식'(九二共識)을 견지하면서 양안 관계의 평화 발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양안 동포 모두 역사의 올바른 쪽에 서서 조국의 완전한 통일과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영광스러운 위업을 이뤄야 한다"고 연설했다. 이는 중국 공산당 중심의 통일을 뜻한다.
시 주석은 지난 7월 1일 공산당 창립 100주년 기념식에서도 대만 독립 도모를 단호히 분쇄해야 한다면서 조국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역사적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통일'을 12차례, '부흥'을 25차례 언급하면서 이를 위해 나라를 이끌 강력한 힘인 중국공산당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이 없이는 신중국이 없으며,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도 없다"고 말했다.
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어떤 길을 걸을지가 근본 문제라며 "중국 특색 사회주의만이 유일한 올바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막을 수 있는 중대한 위험과 도전에 단호히 맞서 승리해야 하며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확고히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와 발전, 협력 등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패권주의와 강권정치에 공동으로 반대하고 세계 평화의 건설자가 돼야 한다"고도 밝혔다.
이날 행사가 열린 인민대회당 단상 뒤편에는 쑨원(孫文)의 대형 초상화가 내걸렸다.
신해혁명의 주역으로 청나라를 무너뜨리고 중화민국을 출범시킨 쑨원은 중국과 대만 양쪽에서 존경받는 인물이다.
1911년 10월 10일 우창(武昌) 봉기를 기점으로 시작된 신해혁명은 2천년 넘는 전제정치를 종식하고 아시아 최초로 공화정 체제를 세웠다.
시 주석은 신해혁명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으로 향한 노정에 우뚝 솟은 이정표라고 평가하면서 중국공산당원은 쑨원의 혁명 과업의 지지자이자 계승자라고 말했다.
그는 "신해혁명이 반(半)식민지 반봉건이라는 사회 성질과 중국 인민의 비참한 상황을 바꾸지 못했으며 민족 독립과 인민 해방이라는 역사 임무를 완성하지 못했다"면서 러시아 10월혁명에 이은 중국공산당의 성립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한 등불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대만 정부는 시 주석의 이날 연설에 대해 "중화민국은 독립적인 주권 국가로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의 일부가 아니다"면서 "대만의 주류 민의는 매우 분명하다. '일국양제'를 거부하고 민주 자유의 생활 방식을 수호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장둔한(張淳涵)총통부 대변인은 "국가의 미래는 대만 인민의 손 안에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사가 보도했다.
중화민국은 대만의 공식 명칭이다.
대만의 대중정책 전담기구인 대륙위원회(MAC)는 별도 성명에서 중국을 향해 "침입과 파괴적인 도발 행위를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대륙위원회는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양안 관계의 최대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대만은 신해혁명이 시작된 10월 10일을 건국 기념일로 삼고 있다. 대만 언론은 이보다 하루 앞선 시 주석의 연설이 독립 성향인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발언을 견제하고 대만의 법통을 약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후시진(胡錫進) 중국 환구시보 편집인은 대만 민진당 정부를 분열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중화민국'의 정치 목표를 배반했다고 비난했다.
y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