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에 필리핀·러시아 반정부 언론인(종합)
독립 언론사 세워 두테르테·푸틴 탄압 맞서 투쟁
레사, 필리핀 '마약과 전쟁' 비판…무라토프, 러 검열사회 저항
1935년 후 첫 언론인 수상…"민주주의·평화의 전제 지켰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이재영 기자 = 올해 노벨평화상의 영예는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필리핀의 마리아 레사, 러시아의 드미트리 무라토프 등 언론인 2명이 공동으로 안았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민주주의와 지속되는 평화를 위한 전제 조건인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해 이들 2명을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노벨위는 "레사와 무라토프는 필리핀과 러시아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한 용감한 싸움을 벌였다"며 "이들은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점점 더 불리한 조건에 직면하고 있는 세상에서 이러한 이상을 옹호하는 모든 언론인을 대표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로이터, AP 통신에 따르면 언론인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독일이 1차 세계대전 뒤 비밀리에 재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독일 카를 폰 오시에츠키의 1935년 수상 이후 처음이다.
레사는 필리핀에서 증가하는 권위주의와 폭력의 사용, 권력 남용을 폭로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활용한 인물로 평가받았다.
그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눈엣가시'로 꼽히는 온라인 탐사보도 매체 '래플러'(Rappler)의 공동설립자다.
레사는 특히 두테르테 대통령이 전 세계적 논란을 일으킨 '마약과 전쟁'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대대적인 마약소탕 작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6천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이 사안을 조사하고 있다.
무라토프에 대해 노벨위는 "러시아에서 수십년에 걸쳐 점점 더 험난해지는 환경에서 언론의 자유를 수호해 왔다"고 평했다.
그는 1993년 독립 신문인 노바야 가제타를 공동 설립했다.
이 매체는 팩트에 근거한 저널리즘과 기자 정신을 바탕으로 검열사회로 비판받는 러시아에서 중요한 정보 제공처로 주목받았다.
이 신문이 창간한 이래 기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무라토프는 편집장을 맡아 보도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기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노력해 왔다.
노벨위는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사실에 기반을 둔 저널리즘은 권력남용과 거짓, 전쟁 선전에 맞서는 역할을 한다"며 "노벨위는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자유가 대중의 알 권리를 확보하며, 이는 민주주의의 전제조건이고 전쟁과 분쟁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노벨평화상은 1901년 시작돼 올해 102번째로 수여된다.
올해까지 단독 수상은 69차례였으며 두 명 공동 수상은 31차례, 3명 공동 수상은 2차례였다.
수상자에게는 금메달과 상금 1천만 크로나(약 13억5천만원)가 지급된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는 지난 4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 평화상까지 발표됐고 11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공개되면서 올해 노벨상 수상자 발표는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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