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에너지가격 급등에도 '탄소중립 대륙' 꿈 포기없다
"비싼 그린에너지로 화석연료 성급히 대체해 부작용" 비판 나와
'탄소중립' 위해 목표 오히려 상향…"신속 전환 추진"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유럽연합(EU) 역내 국가에서 가스, 전기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EU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재생가능에너지 전환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유럽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천연가스, 전력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다.
올해 들어 유럽의 에너지 가격은 거의 3배나 뛰어오르면서 사상 최고가에 근접했고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1월 이래 유럽 전역에서 평균 250% 상승했다.
공교롭게 이번 에너지 위기는 EU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화석연료 에너지를 이른바 '그린 에너지'(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는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EU 집행위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나아가 '탄소중립'을 목표로 추진하는 터에 에너지 가격 급등이라는 위기를 맞아 정책적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폴란드, 헝가리 등 일부 회원국은 EU의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에서 탄소 가격 상승이 에너지 가격 급등의 요인 가운데 하나라면서 EU 집행위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가능 에너지의 경우 대부분 국가에서 발전 비중이 크지 않고 에너지 효율도 떨어져 아직 화석연료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인데도 빠른 속도로 탄소중립을 밀어붙이다 보니 부작용이 생겼다고 분석한다.
올해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 비중을 높이기 위해 수백 기의 석탄 화력발전소와 가스 화력발전소를 너무 일찍 폐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역풍에도 EU의 재생가능에너지 전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카드리 심손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6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이번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오히려 재생가능 에너지로 신속히 전환해야 하는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려면 더 많은 재생가능 에너지를 생산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단기적으로는 회원국 정부가 에너지 빈곤 위험에 처한 시민에게 보조금 지급 등 선별적인 지원을 하고 에너지세를 감세하는 방안 등을 언급했다.
심손 집행위원은 앞선 언론 인터뷰에서 재생가능 에너지는 가장 값싼 에너지원이며 EU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 시설에 계속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EU 집행위는 지난 7월 기후변화에 대응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대규모 탄소 배출 감축 계획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상향하고 이에 따라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 비중을 더 늘리는 방안이 담겼다.
이 방안에 따르면 역내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를 줄이고 2050년에는 순 배출량을 '0'으로 끌어내려 탄소중립에 도달하게 된다.
앞서 EU 집행위는 2050년까지 EU를 최초의 '탄소중립 대륙'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기후변화·환경 청사진을 담은 '유럽 그린 딜'을 제안한 바 있다.
또 이 같은 목표가 법적 구속력을 갖도록 유럽기후법을 제정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화석연료 경제는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유럽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첫 번째 대륙이었고, 이제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는 첫 번째 대륙이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극적인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EU는 2030년까지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2019년 달성한 20% 수준보다 배가 높고 당초 목표치보다 32%를 상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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