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강공 효과있다'…중국서 취리히 회동후 자신감 고개

입력 2021-10-08 11:39
수정 2021-10-08 11:43
'대미강공 효과있다'…중국서 취리히 회동후 자신감 고개

매체 "미국의 '협력·경쟁·대결' 삼분법 언급 줄어"

6·25 대미항전 소재 영화, 일주일 만에 역대흥행 톱10 진입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최근 중국 통신장비 대기업 화웨이(華爲)의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 석방과 연내 영상 정상회담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도출한 미중 고위 관계자의 '취리히 회동' 등을 거치며 중국 내부에서 대미외교에 대한 자신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의 전방위적 중국 포위 전략에 굴하지 않고 '강대강'으로 맞선 결과 중국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와 화법에서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제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던 멍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미측이 사실상 취소한 일과 중국과의 고위급 대화에 미측이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 등을 자국의 강경한 대미 외교가 거둔 승리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매체 보도를 중심으로 확인되고 있다.

8일 중국 매체 펑파이(澎湃)는 양제츠(楊潔?)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6일(현지시간) 취리히 회동 관련 기사에서 "미국의 미중관계 관련 발언이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썼다.

펑파이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거의 모든 미국 관리가 '협력·경쟁·대결'의 삼분법으로 미중관계를 묘사했으나 최근 들어 미국이 삼분법을 언급하는 빈도가 줄어들고 있으며 중국과의 관계를 표현하면서 새로운 표현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그 예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의 통화에서 "양국이 경쟁으로 인해 충돌에 빠질 이유는 없다"고 말한 사실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1일 중국 건국절 축하 성명에서 "직면한 도전을 해결하기 위한 협력 모색"을 언급한 사실을 소개했다.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미국이 신냉전을 원하지 않는다면 구체적 행동을 보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언급하는 등 미국을 향해 변화를 촉구한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펑파이는 진단했다.

펑파이와 인터뷰한 중국인민대학 미국연구센터 댜오다밍 사무총장은 취리히 회동 관련 미측 발표에 '책임있는 경쟁 보장' 언급이 들어간 데 대해 "중국의 확고한 입장이 '중국을 억압하는 동시에 협력도 할 수 있다'는 미국의 환상을 깨뜨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댜오 총장은 이어 "중국의 노력으로 미국은 대중정책의 표현을 만들어가고 있고, 이전의 중미관계 삼분법 표현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또 푸단(復旦)대 미국연구센터 우신보 주임은 펑황망(鳳凰網)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고위 당국자들의 이번 회동은 양측 정책의 미세조정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우 주임은 이어 "전술적 차원의 단계적 조정"이라며 "긍정적인 징후이긴 하지만 전략적으로 중국을 상대하는 미국의 기본 인식과 판단에는 변함이 없기에 미·중 관계의 앞날을 과도하게 낙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 주임은 취리히에서 양국 관계의 '기본원칙'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뤄진 만큼 향후 중국의 주요 관심사인 대만, 홍콩 문제, 미국의 주요 관심사인 국채 매입, 이란 핵 문제, 미중 무역협상 등 현안을 둘러싼 논의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6·25 전쟁 장진호(長津湖) 전투를 소재로 한 중국 영화 '장진호'는 지난달 30일 개봉 이후 7일까지 누적 흥행수입 33억 위안(약 6천100억원)을 돌파하며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10위권 안에 진입했다고 중국 매체들이 보도했다.

6·25전쟁 참전을 철저히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승리'의 시각에서 묘사한 이 영화는 최근 미중갈등 상황과 맞물리며 중국 내 애국주의 기류를 더욱 강화하는 양상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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