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실리콘밸리 떠나 텍사스 오스틴으로 본사 옮긴다(종합)
소득세 없는 텍사스로 이사한 머스크, '실리콘밸리 엑소더스' 발표
머스크 "실리콘밸리 집값 비싸"…텍사스 "기회와 혁신과 땅" 환영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본사를 옮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7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경제 매체 CN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현재 테슬라 본사는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 있으나 머스크는 본사를 오스틴으로 이전하겠다며 '실리콘밸리 엑소더스'를 선언했다.
팰로앨토를 포함하는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라라 카운티는 애플과 구글 등 미국의 핵심 테크기업이 본사를 둔 곳이다.
하지만, 그는 실리콘밸리가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다"며 높은 집값과 긴 통근 시간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어 본사 이전에 따른 장점으로 텍사스에 조성 중인 전기차 조립 공장이 오스틴 시내와 공항에서 몇 분 거리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CNBC 방송은 "텍사스는 세금 우대 혜택을 제공하며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왔다"며 "테슬라가 오라클과 휴렛팩커드 등에 이어 텍사스로 본사를 옮기는 거대 기술 기업 중의 하나가 됐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캘리포니아 당국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두고 충돌한 적이 있다.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카운티가 코로나 방역을 위해 테슬라 본사 인근의 프리몬트 조립 공장 폐쇄를 명령하자 머스크는 텍사스로 본사를 옮겨 버리겠다고 반발했고 보건 당국자들을 "파시스트"라고 비난했다.
머스크는 이어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텍사스주 오스틴 인근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머스크의 이사 결심에는 텍사스주 세금 혜택도 한몫했다. 캘리포니아주는 부유층에 대한 소득세율이 미국에서 가장 높지만, 텍사스는 개인 소득세가 없다.
당시 머스크는 "앞으로 실리콘밸리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며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광범위한 규제와 관료주의로 스타트업 탄생을 억누른다고 비판했다.
반면 텍사스주에서 머스크는 사업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오스틴에 테슬라 전기차 생산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건설 중이고,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 로켓 발사장이 있는 텍사스 해안마을 보카치카 일대를 우주산업 신도시로 조성할 계획이다.
머스크는 다만, 이날 주총에서 본사 이전과 상관없이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조립 공장의 전기차 생산 규모는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본사를 텍사스로 옮기게 돼 신난다"면서도 "테슬라가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관리들은 기업 경영에 좋은 지역을 놓고 논쟁을 벌여왔다"며 "머스크의 이번 결정은 이 논쟁에 확실히 기름을 부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버럴 성향 기술직 근로자가 모여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민주당 아성이고, 공화당 텃밭 텍사스주는 캘리포니아에 비해 집값과 세금이 낮다고 홍보하며 테크 기업 유치전을 펼쳐왔다는 점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캘리포니아주는 테슬라 본사 이전 결정에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론스타'(텍사스주 별칭)는 기회와 혁신의 땅"이라고 환영했다.
한편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는 일론 머스크 동생 킴벌과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아들 제임스가 테슬라 이사를 연임하는 것에 반대했으나 주주들은 이사회 뜻에 따라 이날 총회에서 두 사람 연임안을 통과시켰다.
또 직장 내 괴롭힘과 차별 행위를 둘러싼 테슬라의 '의무 중재' 관행이 직원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야 한다는 주주 제안도 나왔으나 주총에서 부결됐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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