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검사장 "필리핀 '마약과의 전쟁' 진실 파헤치겠다"
엄정한 조사 의지 피력…"필리핀 당국과도 협조"
'비무장' 마을 촌장 사살한 경관 19명에 무죄 선고…인권 단체 '반발'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필리핀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을 반인륜 범죄로 규정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검사장이 "진실을 파헤치겠다"며 엄정한 조사 의지를 드러냈다.
8일 AFP통신에 따르면 카림 칸 검사장은 향후 조사와 관련해 이같이 밝힌 뒤 "필리핀 당국과 협조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의 칸은 올해 6월 ICC 검사장에 임명됐다.
앞서 ICC는 지난달 15일 필리핀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을 반인륜 범죄로 규정하고 정식 조사에 나서겠다는 검사실의 요청을 승인했다.
ICC측은 칸 검사의 입장 표명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연관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두테르테 대통령은 ICC의 조사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고 버텨오다가 최근 한발짝 물러난 모양새를 취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4일 녹화방영된 연설에서 ICC의 조사와 관련해 "나 스스로 방어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증거가 있는 만큼 (ICC는) 나에게 사기를 쳐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필리핀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대대적인 마약 범죄 소탕 작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6천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은 지난 2016년 7월 ICC에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그러나 ICC 검사실이 2018년 2월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예비조사에 들어가자 사법처리를 피하기 위해 2019년 3월 전격 탈퇴했다.
이런 가운데 필리핀 법원은 지난 2016년 11월 마약 매매에 연루된 혐의로 중부 레이테 주 교도소에 수감된 알부에라 마을의 롤란도 에스피노사 촌장을 사살하는데 가담한 경관 19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당시 경찰은 에스피노사가 총을 쏘며 저항해 사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 소속 국가수사국(NBI)의 조사 결과 사살될 당시 에스피노사는 무장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재판부는 원고측이 피고의 유죄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필리핀 인권단체인 카라파탄의 사무총장인 크리스티나 팔라베이는 "정의와 책임을 원하는 희생자들의 요구를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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