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자료 제공' 미국 요구 저항 직면"…대만은 강력 반발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삼성전자[005930]·TSMC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공급망 자료 요구가 해당 기업과 정부의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 속에서 미 백악관이 지난달 24일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업계와 화상회의를 열어 '45일 내로 반도체 재고와 주문, 판매 등 공급망 정보를 담은 설문지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국제적 반발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 정부가 요구한 자료 제출 시한은 11월 8일인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블룸버그는 특히 대만에서의 반발 움직임을 집중 부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의 법무담당 책임자인 실비아 팡(方淑華)은 지난 6일 취재진에게 "어떻게 대응할지 평가 중"이라면서도 "TSMC는 민감한 정보, 특히 고객 데이터는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팡은 "미국은 공급망 문제 해결을 모색 중이며 우리는 이를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살펴볼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자동차용 반도체 칩 생산 확대 등을 포함해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한) 많은 것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대만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聯電)의 류치퉁(劉?東)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블룸버그에 고객사의 비공개 정보를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정부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만 경제부는 지난 2일 자국 반도체 업체들은 고객의 동의 없이 영업비밀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TMSC의 주요 주주인 대만 행정원국가발전기금도 지난달 30일 의회 답변을 통해 고객 비밀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만 야당인 국민당의 알렉스 파이(費鴻泰)는 6일 현지 매체에 "대만은 미국에 자동으로 굴복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가 미국이 요구하는 정보를 제공하면 TSMC가 앞으로 세계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만에서는 한 개인투자자가 TSMC의 정보 제공을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가 미국의 자료 요구 범위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담에서 "요청 자료 범위가 방대하고, 영업비밀도 다수 포함돼 국내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면서 우려를 전달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하루 전인 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통상적인 상식으로는 이례적인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통신은 미국 측의 요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국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의 언급을 인용한 국내 언론보도를 전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미 정부의 요구 가운데는 반도체 업체의 최대 고객사에 대한 정보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또 미국 정부의 요구는 자발적 정보 제공이지만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자료 제출을 강제하기 위해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업계 대표들에게 해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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