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대통령, '극좌' 총리 2개월여 만에 경질…중도 색채로 개각
환경 변호사 출신 신임 총리 임명…좌파 여당은 반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페루 좌파 정부가 출범 2개월여 만에 중도 성향이 짙어진 개각을 단행했다.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기도 베이도(42) 국무총리를 경질하고, 환경 변호사 출신의 미르타 바스케스(46)를 신임 총리로 임명했다.
총리 사임이 내각 총사퇴로 이어지는 페루 법에 따라 6일 저녁 늦게 새 내각이 한꺼번에 취임했다. 광업, 노동, 내무 등 6개 부처 장관이 교체됐고, 나머지 장관은 유임됐다.
카스티요 대통령은 총리 교체 사실을 발표하면서 "모든 이념이나 개별 정당의 입장보다 국가를 우선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베이도 전 총리는 지난 7월 말 임명 직후부터 논란을 불러온 인물이었다.
그는 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하는 여당 자유페루당 내에서도 특히 더 왼쪽으로 치우친 인물로, 공직 경험이 거의 없는 초선 의원이었다.
시골 초등교사 출신이 카스티요 대통령이 취임 직후 베이도 총리를 임명하며 좌파 색채를 선명히 드러내자 페루 금융시장은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베이도 총리는 좌익 테러집단인 '빛나는 길'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고, 최근 의회 해산 가능성을 언급하며 국회와 극심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번 개각으로 카스티요 정부가 보다 중도 쪽으로 국정운영의 방향을 틀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면서 주가지수가 5%가량 상승하고 페루 통화인 솔도 강세를 보이는 등 금융시장이 반색하고 있다.
정치학자인 호세 알레한드로 고도이 페루 파시피코대 교수는 7일 블룸버그에 "이번 변화는 시장에 더 안정감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토론에 더 열려있고 보다 중도좌파에 가까운 내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좌파 여당은 반발하고 있어 대통령과 여당의 갈등이 예상된다.
자유페루당의 왈데마르 세론 의원은 "자유페루당 의원들은 새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개각이 당에 대한 '배신'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 RPP 등이 전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