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수장들, 한목소리로 '가계대출 규제' 의지 재확인

입력 2021-10-07 19:21
금융당국 수장들, 한목소리로 '가계대출 규제' 의지 재확인

정은보 "지금은 엄격한 총량관리 필요…여건 반전시 신용대출 부실 우려"

고승범 "목표치 달성해야…실수요자도 상환능력 안에서"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금융권의 대출 조이기가 심화하면서 실수요자들의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국정감사장에 나온 금융당국 수장들이 일제히 엄격한 규제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고승범 금융감독원장이 연 5∼6%대의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 달성 의지를 피력한 데 이어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엄격한 총량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원장은 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가계대출 관련 질의에 "올해 6% 수준의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을 달성해보겠다고 모든 관계기관·부처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실수요자에 대한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부분은 공감한다"고 답했다.

이어 "왜 이렇게까지 무리하게 총량규제를 하느냐와 관련해선, 전체적인 시스템 리스크 차원에서의 접근도 좀 필요한 부분"이라며 "실수요자에 대해선 세심하게 관리하되, 총량 측면은 좀 타이트하게(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 현 단계에서는 필요하다는 게 정책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신용대출로 인한 부실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신용대출 관리에 대한 입장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의 질의에 "그동안 저희도 타이트하게 관련 제도를 바꿨다"며 "기존에 소득의 2배까지 되던 것을 1배로 줄였다"고 답했다.

정 원장은 또 "신용대출은 주로 1년짜리 단기 대출로 담보를 제공하지 않는 대출"이라며 "금리가 올라간다든지 여건이 반대로 돌아설 때는 굉장히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 저승사자'라 불리는 고승범 위원장도 전날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완고한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세대출을 조이고 집단대출도 막아야 하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의 질의에 "예"라고 답하면서 "6.9%를 달성하려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며 그렇게 노력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가계부채 늘어나는 것의 대부분이 실수요자 대출"이라며 "실수요자 대출도 가능한 한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종합적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 연 5∼6%대를 지키기 위해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이 이미 5%에 이른 상황으로,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대출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NH농협은행 등은 담보대출 신규 취급을 아예 중단한 데 이어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지방은행과 상호금융까지 본격적인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자금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은 이날 "금융당국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세우다 보니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떠안았다"며 "최근 가계대출 대란은 명백한 감독 실패로, 제가 보기엔 좀 무식한 총량규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