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정상회담 합의한 바이든·시진핑…관계 개선 전기 마련할까(종합)

입력 2021-10-07 08:46
화상 정상회담 합의한 바이든·시진핑…관계 개선 전기 마련할까(종합)

안보·통상·인권 등 바이든의 전방위 대중 압박 속 첫 화상 단독 대면

충돌 방지·경쟁 관리 방점 가능성…기후변화·북핵 등 협력 모색 관측

중국은 초대형 무력시위·미국은 고율관세 유지…팽팽한 신경전 여전



(워싱턴 베이징=연합뉴스) 백나리 조준형 특파원 = 미중이 6일(현지시간) 고위급 회담을 통해 연내 화상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면서 갈등일로의 양국관계에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대좌가 이뤄지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이 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최우선순위 과제로 제시하며 안보·통상·인권 등 각 분야에서 전방위적 압박을 이어온 터라 정상회담에서 충돌 방지와 경쟁 관리 이상의 극적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연내 화상회담 합의는 이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스위스 취리히 회담에서 이뤄졌다.

6시간의 회담 후 있었던 브리핑에서 미 고위 당국자는 솔직하고 광범위한 논의가 생산적으로 이뤄졌다면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과 이뤄진 가장 면밀한 논의였다고 평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양측은 중미 관계와 공동 관심사인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포괄적이고 솔직하며 심도 있는 견해를 교환했다"며 "회의는 건설적이고 상호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됐다"고 전했다.

고위급 협의마다 반복되던 거친 신경전을 접어두고 정상 간 화상회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구체적 시점 및 의제 등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추가 협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에 토대를 둔 국제질서 수호 협조를 시 주석에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중국이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로 국제질서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대만과 홍콩, 신장(新疆)의 인권 문제를 비롯해 핵능력 증강을 비롯한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대한 우려도 회담 테이블에서 직접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공세의 주요 포인트로 삼아온 지점들이다.

시 주석은 중국의 핵심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존중할 것을 요구하면서 대만, 홍콩, 신장, 남중국해 문제 등과 관련한 미국의 대 중국 압박 기조를 변경하라고 촉구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대만 관계 강화 흐름에 반대하는 한편, '내정간섭'을 중단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행동으로 옮길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대만 대표부의 명칭을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에서 '대만 대표처'로 바꾸는 형태로 대만 주재 공관의 지위를 격상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도 나왔던 만큼 시 주석은 미국-대만 관계의 '현상 변경'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국의 최근 고강도 항공 무력시위로 대만 해협의 긴장 지수가 올라간 상황에서 만날 양 정상이 대만 문제의 상호 '마지노선'을 확인하며 상황 악화를 막을지가 회담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무역 역시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4일 연설을 통해 고율관세 유지와 1단계 무역합의 준수 압박에 토대를 둔 대중(對中) 강경 기조를 공개한 바 있다.



아울러 시 주석은 미국이 대 중국 견제 차원에서 동맹 및 우방국들을 규합해 안보 협의체를 신설 또는 강화하는 흐름에 견제구를 던질 전망이다.

미국이 영국·호주와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출범시키면서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지원키로 하고, 일본·인도·호주와 '쿼드(Quad)' 차원의 협력을 심화하며 대중 견제의 고삐를 죄는 데 대해 중국은 최근 '다자주의에 역행하는 소그룹 행보'라며 비판해왔다.

정상회담의 시점이 언제일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에서 중국의 협조도 모색할 전망이다. 이달 말부터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전 세계적 기후위기 대응 합의를 끌어낸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인데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양국의 협력 분야로 북핵 논의도 이뤄질 수 있다. 미국의 거듭된 대화 제의에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협조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은 그 자체만으로도 갈등 악화 방지와 협력 모색의 의미가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부터 악화일로를 걸어온 미중관계에 개선의 돌파구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상 수준의 관여는 중국과의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는 우리의 노력 중 중요한 부분"이라며 중국과의 외교적 접촉이 충돌 방지 및 경쟁 관리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재차 환기했다.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기는 했으나 양국의 기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고위급회담을 목전에 두고 군용기 149대를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투입해 초대형 무력시위를 벌였다.

프랑스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중국이 도발적 행위로 역내 평화와 안정을 해치고 있다고 직격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설리번 안보보좌관 역시 이날 회담에서 대만, 홍콩, 남중국해, 인권 등과 관련한 미국의 우려를 직접 제기, 대중 압박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했다.

극심한 양국 간 경쟁 속에 이뤄지는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개인적 친분을 십분 활용하게 될지도 관심사다. 양측은 각각 부통령과 부주석으로 '넘버2'이던 시절 직접 만난 바 있다.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