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혼란에도 농담 섞어 브렉시트 낙관론…'존슨표' 연설

입력 2021-10-07 01:20
경제 혼란에도 농담 섞어 브렉시트 낙관론…'존슨표' 연설

보수당 연례 전당대회서…구체적 정책 대신 듣기 좋은 말만

"고임금·고숙련 경제로 바꾸고 지역 간 불균형 줄이겠다"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이 주유 대란, 에너지 요금 상승, 식료품 부족 등 세계 5위 경제대국에 걸맞지 않은 문제를 겪고 있지만 보리스 존슨 총리는 낙관론을 펴면서 당내 입지가 굳건함을 보여줬다.

존슨 총리는 6일(현지시간) 맨체스터에서 개최된 보수당 연례 전당대회 마지막 날 약 45분간 연설하면서 영국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와 코로나19를 넘어 더 생산적이고 역동적인 국가가 될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매우 빠른 속도로 연설을 하고 농담을 계속 던지면서 청중들의 분위기를 띄우고 애국심을 고양했다. 그러나 영국의 최근 문제에 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연설은 모호한 낙관론, 농담, 대담한 약속, 성공담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스카이뉴스는 꼬집었다.

존슨 총리는 최근 트럭 운전사 부족 등에도 불구하고 브렉시트 전의 '통제 없는 이민' 모델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고임금, 고숙련, 고생산, 저세율 경제를 지향할 것이며, 투자는 안하고 해외 저임금 노동력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타파하겠다고 역설했다.

그는 "시간이 걸리고 때로는 어렵겠지만 그것이 2016년도 브렉시트 투표 때 사람들이 원한 변화다"라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과거 보수당은 우왕좌왕하고 배짱이 없었다며 전임 총리들을 저격하고, 현 정부는 개혁하고 실행하는 정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보건서비스(NHS) 지원을 위한 자신의 세금인상 결정은 보수당의 '아이돌' 마거릿 대처 전 총리도 동의했을 것이라며 정당화했다.

그는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전체적 수준을 높인다는 공약 달성을 위해 낙후지역 수학·과학 교사들에게 연 3천파운드(487만원) 보너스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언론들은 이것이 이날 나온 거의 유일한 구체적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영국·호주의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에 관해서는 "세계가 경제 축으로 기울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일 뿐이고 인도·태평양 지역과의 무역과 관계가 전보다 훨씬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4시간 넘게 기다려 참석한 1천400명의 당원으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존슨 총리의 구체적이지 않은 낙관론에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최대 기업 로비단체 영국산업연맹(CBI)은 투자와 생산성을 위한 조치 없이 임금을 올리면 결국 물가만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고, 상공회의소도 경제 구조가 하룻밤 사이에 바뀌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중도좌파 싱크탱크인 공공정책연구소(IPPR)도 "인력 부족만으로는 전국에서 임금이 올라가거나 근로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영국 언론들은 지금은 각종 문제와 세금인상 결정에도 불구하고 존슨 총리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가 탄탄해 보이지만 불만이 쌓이다 보면 확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mercie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