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글로벌 금융ㆍ경제위기 심상치않다, 선제적 대책 강구해야
(서울=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시장과 경제 상황이 갈수록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른 물류대란, 에너지 위기, 성장 둔화 우려 등 초대형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물론 아직은 금융위기나 경제위기라고 단정하기보다는 글로벌 유동성 조정 단계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유동성 측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면밀한 분석과 적절한 대응이 요구된다.
국제 유가가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 인도분 선물은 5일(현지시간) 전날보다 1.31달러(1.7%) 상승한 배럴당 78.93달러를 기록했다. 12월물 브렌트유는 1.30달러(1.6%) 뛴 배럴당 82.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나흘 연속 오른 WTI는 7년 만에 최고를 경신했고, 브렌트유도 3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전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가 원유 생산량 동결을 결정해 유가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른 원자재 가격이 덩달아 뛰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23개 주요 원자재 가격을 반영하는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지수는 4일 516.84로 전날보다 1.1%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의 전력난을 촉발한 천연가스 가격은 올들어서만 129%나 급등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국내에도 전기료 등 공공요금과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중국의 생산이 둔화하면 글로벌 경기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는 귀담아들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 비중이 그 어떤 나라보다 높기 때문이다. 또 유가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은 국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정부와 업계의 치밀한 대비와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이에 따른 에너지 위기는 물가의 연쇄적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 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현상'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던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입장을 바꾸고 있다. 벌써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중에도 물가가 계속 오르는 현상)을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도 여러 악재와 맞물리며 세계 금융시장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89%(57.01포인트) 하락한 2,962.17에 마감했다. 코스피가 3,000선 아래도 떨어진 것은 지난 3월 24일(2,996.35) 이후 처음이다. 국제유가 급등,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 정치권의 국가부채 협상 공방 등이 겹치면서 미 증시가 급락하자 한국, 일본,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크게 출렁거렸다. 글로벌 경제, 금융 악재들이 우리 경제와 산업 현장에도 가시적인 피해를 낳고 있다. 현대ㆍ기아자동차 등이 차량용 반도체를 조달 못 해 자동차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의 4차 확산이 세계적인 물류대란을 초래하면서 우리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정부와 업계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글로벌 위기를 기업 등 개별 경제주체들만으로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란 불가능하다. 정부가 현장으로 뛰어들어 기업 등 경제주체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여기에는 현재 대선 국면에 접어든 정치권도 여야를 떠나 힘을 보태야 한다. 글로벌 경제ㆍ금융위기 조짐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만큼 민ㆍ관ㆍ정이 그 심각성을 빨리 인식하고 선제적 대응 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해 국민을 안심시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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