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글로벌 왕따' 탈출 몸부림…영국·이란과 잇따라 회동

입력 2021-10-06 13:17
탈레반, '글로벌 왕따' 탈출 몸부림…영국·이란과 잇따라 회동

테러 대응·인도주의 지원 논의…"경제난 속 국제사회 지원 절실"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재집권 후 '정상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서 영국, 이란 외교 사절과 잇따라 회동했다.

6일 AP통신 등 외신과 탈레반 소셜미디어(SNS) 홍보 계정에 따르면 전날 수도 카불에서 압둘 가니 바라다르 과도정부 부총리 대행 등이 사이먼 개스 영국 특사 일행을 만났다.

지난 8월 15일 재집권한 탈레반이 이후 카불에서 영국 공식 외교 사절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영국 정부 대변인에 따르면 양측은 이날 테러 대응, 인도주의적 위기 극복, 현지인 출국 지원 등과 관련해 영국이 도울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논의했다.

아울러 소수민족과 여성의 인권 개선 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압둘 카하르 발키 탈레반 과도정부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회동은 양국간 외교 관계 회복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탈레반 지도부는 지난 4일에도 카불에서 이란 외교 사절과 만나 교역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재집권 후 아직 국제사회로부터 정식 국가로 인정받지 못한 탈레반이 '글로벌 왕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벌이는 모양새다.



탈레반이 이처럼 국제사회에 손을 내미는 것은 현지 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아프간은 공공 부문 경비의 75%가량을 해외 원조로 조달할 정도로 국제 사회 원조에 크게 의존해왔다.

하지만 탈레반이 재집권하자 미국 등에 예치된 아프간 중앙은행의 외화 90억 달러(10조7천억원)가 동결됐고, 달러 송금도 막혔다.

국제기구의 원조도 줄줄이 중단되면서 아프간 주민은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탈레반으로서는 국민의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국제 사회의 지원을 반드시 얻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과도정부 인사에서 소수 민족, 전 정부 인사, 여성 등이 배제되고 인권 탄압 사례까지 속속 보고되면서 아직 각국은 탈레반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는 데 주저하는 분위기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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