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학상 마나베 "의사 꿈꿨으나 손놀림 서툴러 포기"
"탄소 감축, 한 나라만 하면 의미없다…호기심 느끼는 연구 중요"
"미국은 좋아하는 것 가능하다" 국적 취득…일본 언론 "두뇌유출"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올해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마나베 슈쿠로(眞鍋淑郞·90) 미국 프린스턴대 선임연구원은 기후 변동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경을 초월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구 온난화와 관련한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된 마나베 선임연구원은 "이산화탄소를 줄이겠다고 말하더라도 한 나라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면서 6일 보도된 아사히(朝日)신문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기후 문제가 "온갖 문제와 연결돼 있다"면서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마나베는 요미우리(讀賣)신문과 인터뷰에서는 자신이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기후 변동 문제가 전에 없이 커진 것이 배경"이라며 홍수, 가뭄, 화재, 이상고온현상(열파, heat wave)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전에는 나도 지구 온난화 문제가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기후 문제에 호기심을 가지고 60년간 몰두했다. 자신이 호기심을 가질만한 연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마나베는 젊은 시절 원래 의사를 꿈꿨으나 손놀림이 서툴러 포기하고 기상학 연구를 택했다.
그가 1987년 일본 기상학회 기관지에 실은 글을 보면 "친척이 모두 의사라서 최초에는 의사가 되려고 생각했다"는 글이 실려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하지만 마나베는 "개구리 해부에서 신경을 싹둑 잘라버리고, 화학 실험에서는 황화수소를 넣어서 폭발시켜 버리고 해서 의사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고 회고했다.
1931년 일본 에히메(愛媛)현에서 태어난 마나베는 도쿄대 이학부를 졸업했고 1958년 도쿄대 박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후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에서 근무했고 2005년 프린스턴대 선임연구원이 됐다. 그는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 이유에 관해 마나베는 "일본인은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을 중시하지만 미국에서는 무엇이든지 좋아하는 것이 가능하다. 연구에는 컴퓨터를 원하는 만큼 사용했다. 나는 다른 사람에 맞춰서 사는 편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일본 언론은 마나베가 일본의 대표적인 '두뇌 유출' 사례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일본 출신(미국 국적 3명 포함)이 노벨상 수상자가 되는 것은 마나베가 28번째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일본 국민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으며 일본 주요 신문사는 호외를 발행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올해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마나베 외에 클라우스 하셀만(독일), 조르조 파리시(이탈리아)를 함께 선정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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