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해칠 것" 중국 압박에도 프랑스 의원들 대만 향했다

입력 2021-10-06 10:45
"국익 해칠 것" 중국 압박에도 프랑스 의원들 대만 향했다

초당파 의원 4명 6일부터 대만 방문…차이잉원 총통 예방

'중국과 갈등' 호주 전 총리도 대만 방문…중국, 각국 인사 '도미노 방문' 우려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중 신냉전 속에서 미국이 전략적 중요성이 커진 대만과 실질적인 관계를 강화 중인 가운데 중국의 극렬한 반대에도 주요 서방 국가 전·현직 정치인들의 공식적인 대만 방문이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의 국익을 해치게 될 것"이라는 중국의 강력한 경고에도 프랑스 의원들이 6일 대만을 공식 방문한다.

대만을 자국의 일부분으로 여기는 중국은 세계 각국의 정관계 인사들이 대만과 공식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수용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강력히 반발할 전망이다.

6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대만 외교부는 프랑스 상원 '대만 교류연구위원회'의 알랭 리샤르 위원장을 비롯한 초당파 의원 4명이 대만 정부의 초청으로 이날부터 10일까지 대만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방문단장인 리샤르 의원은 1997~2002년 프랑스 국방장관을 지낸 인물로 2015년과 2018년에도 대만을 방문한 적이 있다.

리샤르 의원 일행은 5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항공기를 타고 대만으로 출발했다.

이들은 8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예방하고 쑤전창(蘇貞昌) 행정원장, 유시쿤(游錫?) 입법원장(국회의장), 우자오셰(吳釗燮) 외교부장 등 대만 정부와 의회 최고위 당국자들을 잇달아 만날 예정이다.

오랫동안 중국의 압박 속에서도 외교 지형을 조금이라도 넓히려고 노력해온 대만은 서방 주요국인 프랑스 의원들이 공식 방문에 반색하고 있다.

그간 주요국 정관계 인사들은 드물게 대만을 방문하더라도 개인 차원의 방문이나 비공식 방문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공간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으려 해왔다는 점에서 프랑스 의원들의 이번 공개 방문이 다른 나라 정관계 인사들의 대만 방문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관은 지난달 23일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어떠한 명목의 방문이든 대만당국과 공식 접촉하는 것은 프랑스가 시행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심각히 위반하는 것으로, 대만독립 분열 세력에 이용당할 것"이라며 "중국의 핵심 이익을 해치고 중국과 프랑스 관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 프랑스의 명예와 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다.

특히 루사예(盧沙野) 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는 지난 3월 프랑스 의원들의 대만 방문을 저지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을 비판한 프랑스 싱크탱크의 한 연구원에게 외교관으로 입에 담기 어려운 '삼류 폭력배'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공개 비난을 했다가 프랑스 외교부에 초치되기도 했다.

대만 외교부는 "리샤르 의원은 장기간 대만을 지지하면서 대만과 프랑스 관계 발전에 중요한 공헌을 해왔다"며 "올해 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 루샤예가 여러 차례 도발적 발언을 하면서 대만 방문을 방해하려 했지만 그는 중국의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고 입장을 굳건하게 지켰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토니 애버트 전 호주 총리도 5일 오후 대만에 도착했다.

8일 열리는 위산(玉山)포럼 참석차 대만을 찾은 애버트 전 총리는 타이베이 총통부를 찾아가 차이 총통을 예방하고 구리슝(顧立雄) 국가안보회의 비서장, 왕메이화(王美花) 경제부장 등을 만날 예정이다.

그는 2013∼2015년 호주 총리를 지냈다. 비록 전직 총리이기는 하지만 전 국가원수의 대만 공식방문은 이례적이다.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포위망 성격이 강한 쿼드 회원국인 호주는 최근 중국과 심각한 외교 마찰을 빚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유럽과 등 서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중국을 '배려'하던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대만과 교류를 더욱 활발히 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대만에 우호적인 외교 정책을 펴고 있는 발트해 국가 리투아니아와도 심각한 외교 갈등을 벌였는데 이 역시 향후 다른 나라들이 리투아니아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를 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는 태미 덕워스(민주·일리노이) 등 미국 연방 상원의원 3명이 미국 정부가 제공한 군용기를 타고 대만을 공식 방문해 차이 총통을 면담하고 돌아간 바 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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