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에 냉장고…온난화에 러시아 영구동토층 사라진다
생활상 급변…지반 뒤틀려 기간시설 5분의 1 위험
비상감시체계 가동…2050년까지 81조원 손실 추산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서 러시아 영구동토층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국토 3분의 2를 차지하는 영구동토층이 녹아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러시아 정부 자료를 보면 1976년 이후 러시아 평균기온은 섭씨 0.5도 정도 상승해 세계 평균보다 2.5배 빨리 온난화하고 있다.
토양 온도가 물이 어는 점 이하로 지속되지 않음에 따라 땅속 얼음이 녹으면서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러시아 과학자들은 동토층에서 물이 나와 봄에 하천에 흐르는 물이 1980년대보다 최대 30% 늘었다고 추산했다.
물이 많아져 밭은 습지로 변했다.
영구동토대 주민들은 고기 같은 식품을 지하실에 보관했지만 이제 냉장고를 사서 쓰고 있다.
장례식 때는 이제 땅을 깊이 파기 위해 땔감을 태워 장지를 녹이는 작업도 사라졌다.
온난화로 인한 동토층 상실은 단순한 생활의 변화뿐만 아니라 대형사고와 경제손실도 촉발하고 있다.
지반이 불안정해지면서 광산, 공장, 송유관 시설들에 뒤틀림, 균열이 생기고 있다.
작년 5월에는 북부 노릴스크에서 유류 저장고가 파열돼 디젤 2만t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당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140개 기지에서 영구동토층을 상시로 감시하는 체계를 도입했다.
검찰총장은 영구동토층에 건립돼 사고 위험이 있는 시설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당 지역에 지시했다.
러시아 경제관리들은 동토층 손실로 러시아 기간시설 5분의 1이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구동토층에 있는 건물과 기간시설은 이미 40%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러시아 경제가 2050년까지 추가로 입을 손실이 680억 달러(약 8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영구동토층의 손실은 지구온난화, 그에 따른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직접 요인으로도 주목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영구동토층이 녹아 그 안에 있던 유기물이 부패하면서 메탄과 같은 강력한 온실가스가 대량 방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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