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45개국 "러시아, 나발니 독살 시도 설명하라" 촉구
화학무기금지조약 따라 열흘 시한 주고 공식질의
OPCW, 이번 주 회의 때 '답변 거부 시 대응방침' 논의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45)를 겨냥한 독살 시도의 진상을 공개하라고 러시아를 압박하고 나섰다.
AFP 통신에 따르면 영국, 캐나다, 독일을 비롯한 서방 45개국은 5일(현지시간)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규정에 따라 러시아에 열흘 시한을 주고 관련 질문에 답변할 것을 요구했다.
영국 OPCW 사절은 "영국을 포함한 45개 회원국이 나발니를 중독시킨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에 공식적으로 질의하겠다고 OPCW 집행위원회에 알렸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이 사절은 러시아가 자국 영토에서 이뤄진 화학무기 사용을 조사하고,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해 취한 조치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도록 하는 것이 이번 요구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41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OPCW 집행위원회는 이번 주 회의에서 러시아가 답변을 내놓지 않을 경우에 취할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항마로까지 불리던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러시아에서 화학무기 노비촉에 중독돼 죽을 고비를 넘겼다.
노비촉은 냉전기에 옛 소련에서 개발해 독점적으로 사용한 신경작용제로, 일본 지하철 테러 때 살포된 사린가스보다 독성이 훨씬 강하다.
러시아 공작원들의 소행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을 공격의 배후로 지목했다.
나발니는 독일에서 5개월 동안 치료를 받은 뒤 올해 1월 귀국하자마자 체포돼 수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법원은 지난 2월 나발니에게 2년 6개월 형을 선고했다. 이는 2014년 선고된 횡령죄 처벌 집행유예를 취소한 것이다. 나발니는 횡령 혐의가 정치적 의도로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방인 시리아가 끊임없이 OPCW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며 조사단을 받아들일 것도 요구했다.
영국은 2018년 잉글랜드 솔즈베리에서 발생한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에 대한 독살 시도에 대해서도 계속 러시아를 압박하겠다고 밝혔다. 스크리팔에게 사용된 화학무기도 노비촉이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