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덮친 공급망 쇼크…물류대란까지 겹쳐 기업들 '비상'

입력 2021-10-05 17:36
산업계 덮친 공급망 쇼크…물류대란까지 겹쳐 기업들 '비상'

배터리업계, 中전력난 예의주시…원자잿값 상승에 철강생산 중단도

운임 급등 따른 물류대란에 현지 생산거점 활용 등 대비책 마련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중국 전력난에 따른 생산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생산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업계나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철강업계에는 말 그대로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다 해상운임 급등에 따른 물류대란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 대중 의존도 높은 배터리업계 "상황별 대책 수립해 대응"

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력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 동향을 가장 예의주시하고 있는 곳은 현재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K-배터리' 업체들이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를 중국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등에 따르면 배터리 핵심 소재에 대한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50∼70%에 달한다.

그러나 전력난 여파로 중국 생산기지인 장쑤성을 비롯한 21개 지역에서 전력 공급 제한 조처가 내려지자 해당 지역에 기반을 둔 중국 배터리 소재 업체들도 일제히 설비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이에 더해 배터리 핵심 소재인 코발트, 망간 등의 가격도 급등세를 보이면서 수급 차질 현상은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006400], SK온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아직까지는 큰 영향이 없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철강보다 전력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원자재는 장기 계약을 맺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별 영향이 없다"며 "전력난이 심화하면 감산에 따라 수급 불안이 생길 수 있어 상황별 대책을 수립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 의존이 높은 소재 수급을 내재화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니켈·코발트 등을 생산하는 중국 제련 전문 기업 '그레이트파워 니켈 & 코발트 머티리얼즈㈜'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4.8%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 원자재 가격 상승에 생산 중단도…수출 타격 우려

중국·인도발(發) 전력난에 따라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자 포스코[005490] 등 철강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포스코는 중국 내 전력 문제로 중국 장쑤성에 있는 스테인리스 생산 공장 내 주요 라인의 가동을 지난달 17일부터 중단했다가 이달 1일 재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등 주요국의 전력부족 여파로 천연가스, 석탄, 원유 등 에너지원 가격도 일제히 상승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자재 가격 정보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으로 전력생산에 쓰이는 전력용 연료탄은 t당 206.31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연초 대비 155.40% 오른 금액이다.

제철용 원료탄(동호주 항구) 가격도 t당 394.18달러로, 연초보다 290.69달러나 올랐다. 제철용 연료탄은 철광석을 녹일 때 쓰이는 열원으로, 철강 생산의 필수 원재료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 5월 t당 237.57원까지 뛰었다가 최근 117.12달러로 떨어지는 등 널뛰기 흐름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광석과 연료탄 등 철강 생산에 필요한 핵심 원료는 장기계약을 통해 도입하고 있어 당장 글로벌 원자재 대란의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상황이 더욱 악화하거나 심각해지지 않는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칫 8월에 생산, 소비, 투자가 하락세로 돌아선 데 이어 지난달 6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수출마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도원빈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물류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은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진다"며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중국 전력난이 장기화할 경우 추가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물류난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기업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전체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설상가상 물류난까지…현지 생산 확대 등 자구책 마련

이런 가운데 해상 운임 급등과 선적(적재공간) 부족에 따른 물류대란도 기업들의 고충을 가중하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일 기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4배에 가까운 4천614.10을 기록했다.

특히 국내 수출기업이 자주 이용하는 미주 서안 운임은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6천322 달러를, 유럽 운임은 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7천538달러를 각각 나타냈다. 작년 동기 대비 2∼7배 가까이 오른 금액이다.

최성수기인 3분기를 맞아 물동량도 늘면서 선적 확보가 어려워지자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등 대기업조차 수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전자업계의 경우 중국 광군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제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성수기를 앞둔 상황이라 공급이 부족하지 않도록 미국과 중국 등 현지생산 거점을 적극적으로 가동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내 가전 공장과 TV 공장,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세탁기 공장을 중심으로 미국 내 성수기 가전제품 수요에 대응 중이다.

LG전자는 냉장고와 오븐을 생산하는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의 야간 조업을 늘렸고, 미국 테네시주 헌츠빌에 있는 세탁기 공장도 완전가동 체제를 유지 중이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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