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反내정간섭법안' 통과…언론자유 억압 논란
'적대적' 내용 사용자정보 제공 강제…'중요 인물' 해외자금원 공개 의무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싱가포르 집권당이 외국의 내정 간섭을 막겠다면서 관련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인권·언론단체 일각에서는 정부를 비판하는 사회활동가들이나 독립 언론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며 비판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5일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 등 현지 언론 및 외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의회는 전날 10시간의 토론 끝에 자정이 다 돼 '외국간섭(대책)법안'(Foreign Interference (Countermeasures) Act·FICA)을 통과시켰다.
2년 전 법안 발의 당시부터 언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일부 야당 반대가 있었지만, 장기 집권 중인 인민행동당(PAP)이 의회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찬성 75표, 반대 11표로 수월하게 통과됐다.
외신에 따르면 FICA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나 소셜미디어 플랫폼 업체에 사용자 정보 제공을 강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정부가 적대적이라고 간주하는 내용을 퍼뜨리는 데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을 제거하거나 관련 내용을 막을 수도 있다.
싱가포르에서 정치 활동을 하는 단체나 개인들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인물'로 지정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자금원 공개를 포함해 외국 단체들과의 관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러자 정부가 시민적 자유를 억압한다고 종종 비판을 받아온 싱가포르에서 또 하나의 가혹한 입법 조처가 행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K. 샨무감 내무·법무장관은 의회에서 싱가포르와 같은 다문화·다인종 국가는 해외에서 그리고 국내 대리인을 통해 자행되는 '적대적 정보 작전'에 취약하다며 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샨무감 장관은 또 "인터넷이 (체제) 전복을 위한 강력하고도 새로운 수단을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각의 언론자유 억압 우려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는 싱가포르인들은 영향이 없고, 싱가포르 정치에 대해 개방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보도하거나 언급한다면 외국의 개인들이나 출판물에 대해서도 이 법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AFP 통신에 싱가포르 정부가 야당 정치인들이나 시민사회 활동가들 그리고 독립 언론에 대한 박해 확대를 정당화하기 위한 '부기맨'(아이들에게 겁을 줄 때 들먹이는 귀신을 일컫는 말)으로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국제사회에서 싱가포르의 명성은 이 법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경없는기자회(RSF)의 아·태지부장인 대니얼 배스타드도 이 법이 최악의 전체주의적 성향의 씨앗을 지니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AFP는 전했다.
배스타드 지부장은 "이 법은 정부와 집권당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어떤 국내 단체들도 박해할 수 있음을 제도화한 것으로, 독립언론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AFP는 독립 매체는 싱가포르에서 커지는 압박에 직면해왔다면서, 온라인 매체 '디 온라인 시티즌'(TOC)이 자금원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지난달로 운영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TOC의 편집장은 최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져 법원으로부터 21만 싱가포르 달러(약 1억8천만원)의 배상금을 리 총리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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