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우려·헝다 사태…겹악재에 코스피 3,000선 아래로
반년만의 장중 최저치로 하락…"당분간 불안정한 흐름 이어질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박원희 이미령 기자 = 인플레이션 불안, 중국 헝다(恒大) 그룹 사태 등 악재가 겹치면서 5일 오전 코스피 3,000선이 반년 만에 무너졌다.
이날 오전 10시 5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4.99포인트(2.15%) 내린 2,954.19를 나타냈다.
장중 3,000선 하회는 지난 3월 25일(장중 저가 2,987.83) 이후 6개월여 만이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1.01포인트(0.70%) 하락한 2,998.17에서 출발해 낙폭을 키워 장중 한때 2,946.58까지 밀렸다. 이는 3월 9일(장중 저가 2,929.36) 이후 최저치다.
특히 삼성전자[005930](-1.64%), SK하이닉스[000660](-2.10%), 네이버(-2.36%),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5.71%), LG화학[051910](-3.32%)을 비롯해 시가총액 20위 내 전 종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며 지수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1천161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484억원, 712억원을 순매수했다.
인플레이션 우려 고조, 미국 부채한도 불확실성 확대, 헝다 그룹 불안 등 여러 악재가 동시다발로 글로벌 증시를 뒤흔들면서 코스피에도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전날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으로 2014년 11월 이후 약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장중 1.50% 수준에 도달했다.
미국 의회의 부채한도 협상도 이렇다 할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해 관련 불확실성이 커졌다.
게다가 전날 홍콩 증시에서는 최근 파산설에 휩싸인 헝다 그룹의 주식 거래가 중단됐다.
설상가상으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재개할 조짐을 보이면서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줬다.
이런 분위기 속 전날 뉴욕증시에서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9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30%), 나스닥지수(-2.14%)가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특히 기술주의 낙폭이 컸다.
좀처럼 악재가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이 당분간 불안한 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물가, 금리, 경기 불안 등 최근 조정을 야기한 재료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변수가 붙으니 시장이 불안해하고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피는 이미 3개월째 조정을 받은 상황이어서 추가 급락하기보다는 단기 반등할 수도 있다"며 "다만 미중 갈등 변수까지 가세해 당분간은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지영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그동안 견조한 상승세를 보인 미국 증시도 9월 말 이후 악재에 민감해지면서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며 "아직 조정 폭이 깊지 않은 만큼 기간 조정으로 볼 수 있으나, 악재성 재료가 쉽게 해소되지 못해 가격 조정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현재의 어려운 상황이 해결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8일 발표 예정인 삼성전자 잠정실적을 필두로 3분기 실적 시즌 모멘텀이 재차 발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3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실적 눈높이가 낮아져 시장 분위기가 쉽게 반전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위원은 "결국 경기와 실적이 주식시장을 좌지우지하는데, 운임이 오르고 원유나 석탄 등 비용도 오르다 보니 시장에서는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막상 실적 발표가 끝나고 기대치가 낮아지면 투자 심리가 진정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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