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감싸고, 증거 부정하고…유엔 보고서에 드러난 중국의 백태
동영상 증거에도 모르쇠…WSJ "제재위, 중국 방해로 제대로 작동 못 해"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4일(현지시간) 발표한 전문가패널 보고서에는 중국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적지 않게 소개됐다.
중국은 대북 제재 위반에 대한 전문가패널의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국과 관련한 위반 행위에 대해선 증거가 없다면서 보고서에 게재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북한 대학과 외국 대학의 합동 연구에 대해서도 중국은 '연구의 성격을 알려달라'는 전문가패널의 질문을 사실상 무시했다.
중국은 "학술 교류는 유엔이 금지한 것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보였다.
쿠바와 인도네시아, 시리아, 베트남의 경우 자국 대학과 북한 대학의 교류는 언어와 교육 등에 한정됐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한 것과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특히 중국 대학들은 2019년부터 북한의 김일성대 및 김책공대와 모두 11개의 과학 분야 논문을 공동으로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 패널은 진동 분석 등 일부 분야 논문의 경우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에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아래 조사를 계속하기로 했다.
또한 중국은 북한에 연료를 수송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들이 중국 영해에 진입하거나, 항구에 정박한 위성 사진이 존재하는데도 진입 자체를 부인하기도 했다.
중국은 관련 사실을 확인하려는 전문가패널에 대해 "중국의 조사에 따르면 북한에 연료를 수송한다는 선박들은 2020년 이후 중국의 항구에 들어온 적이 없다"는 답변을 보냈다.
예컨대 대북제재위 전문가들은 중국 영해에서 대북 제재를 회피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에 관해 물었다.
그러나 중국 측은 북한에 연료를 수송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들이 작년부터 중국 항구에 들어오지 않았다고만 답했다.
중국 업체가 북한 영해에서의 조업권을 구매해 대북 제재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도 했다.
북한은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 조업권 판매 광고까지 냈고, '웨이하이 반도선박연료'라는 업체가 이를 구매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전문가 패널의 정보를 확인할 증거가 없다. 조업권과 관련한 정보는 보고서에 포함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덴마크의 영화감독 매즈 브루거가 몰래카메라를 동원해 북한의 제재 위반 사실을 취재한 다큐멘터리 영화 '내부첩자'(the Mole) 관련 내용에 대해서도 조사를 거부했다.
이 영화에는 북한이 시리아에 무기를 수출하고 우간다 현지에 무기 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등의 장면이 담겨 있다.
중국은 동영상에 담긴 내용에 대해서도 "영화가 불법적 수단으로 제작된 것으로 의심되는 만큼 내용의 신뢰성에도 의심이 간다. 전문가패널 조사를 위한 정보로 사용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중국의 북한 편들기에 대해 유엔 내부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유엔 대북제재위가 중국의 방해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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