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내각 출범 속 뒷걸음질 일본증시…6거래일째 하락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새 총리 체제의 출범을 반기지 않는 듯한 일본 주식시장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국회 양원(중·참의원)에서 기시다 집권 자민당 총재가 새 총리로 지명된 4일 도쿄증시 대표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26.18포인트(1.13%) 내린 28,444.89로 마감했다.
이로써 도쿄 증시는 6거래일째 내림세를 탔다.
닛케이225가 6거래일 연속으로 떨어진 것은 작년 7월 이후 약 1년 2개월 만이다
횡보하던 도쿄 증시는 지난달 3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의 퇴진 표명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달아올랐다.
차기 총리를 노리는 자민당 총재 후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내놓을 새로운 경제 대책과 스가 내각보다는 안정적인 정권이 출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매수세를 키웠다.
상승 흐름이 형성된 닛케이225는 스가가 퇴진 의사를 밝히고 8거래일 만인 지난달 14일 일본 경제 버블기인 1990년 8월 1일 이후 약 31년 1개월 만의 최고치인 30,670.10까지 급등해 종가 기준으로 연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가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노 다로(河野太郞)를 결선에서 꺾고 당선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일본 주식시장은 다소 동력을 잃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기시다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지난달 29일에는 닛케이225가 639.67포인트(2.12%)나 빠지는 급락 장세가 연출됐다.
이는 세계 증시에 영향력이 큰 뉴욕증시가 하락한 여파이긴 했지만 일본 주식시장이 기시다가 추진할 경제정책을 경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기시다 신임 총리는 그간 후보자 토론회 등에서 제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시절부터 추진된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이루는 새로운 일본식 자본주의를 추구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대담한 금융완화와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성장전략을 뼈대로 하는 아베노믹스는 버블 붕괴 이후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일부의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아베노믹스가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고 기업을 위해 일하는 임금 근로자들에게는 별다른 혜택을 주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기시다는 아베노믹스의 과실이 대기업으로만 쏠리고 임금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도 지적하면서 경쟁과 능률에 초점을 맞춘 신자유주의에서 탈피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시사했다.
아울러 새로운 일본식 자본주의에 입각한 재분배와 격차 축소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간 주식시장을 떠받치는 역할을 해온 아베노믹스를 그대로 이어가지 않고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보완해 나갔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분배와 격차 축소에 방점을 찍은 듯한 기시다 신임 총리의 생각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재료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업자 지원을 위해 수십조엔(수백조원) 규모의 경제 대책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시장 분위기가 개선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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