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 첫 입각 '물갈이'…스가 때보다 '늙은' 기시다 내각

입력 2021-10-04 10:20
수정 2021-10-04 16:10
13명 첫 입각 '물갈이'…스가 때보다 '늙은' 기시다 내각

아베 각료 16명 계승한 스가와 대조적…3선 의원도 발탁

외교·안보 라인 유임…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4일 출범한 일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은 약 60%가 각료 경험이 없는 '새 얼굴'로 채워졌다.

이날 총리로 선출된 기시다는 내각 인선을 통해 '쇄신' 이미지를 부각하려고 안간힘을 쓴 양상이다.

앞서 단행한 자민당 간부 인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측근을 중용해 구태를 벗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를 의식해 '물갈이'에 역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밀린 숙제를 해치우듯 다선 경력에도 각료를 못 해 본 고령 의원을 영입한 사례가 있으며 내각 구성원 평균 연령도 상승했다.

◇ 내각 구성원 21명 중 13명이 첫 입각…"기시다 색깔"

기시다를 포함해 모두 21명으로 구성되는 내각 구성원 가운데 13명이 이번에 처음 각료로 선발된 점이 우선 눈길을 끈다.



작년 9월 출범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에서 처음 입각한 각료가 5명에 그쳤던 것과는 대비된다. '아베 정권 계승'을 표방한 스가는 자신을 뺀 각료 20명 중 15명을 직전 아베 정권 각료로 채웠다.

이번에 새로 각료로 기용된 인사 중에는 국회의원 경험이 짧은데도 발탁된 '3선' 중의원 3명이 있다.

마키시마 가렌(牧島かれん) 디지털상, 호리우치 노리코(堀內詔子) 백신 담당상,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 경제안전보장 담당상이다.

이들은 자민당이 아베를 앞세우고 정권을 탈환한 2012년 12월 중의원 선거에서 처음으로 당선됐다.

스가 내각에서 중의원 경력이 가장 짧은 각료는 4선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이었는데 기시다는 이보다 당선 횟수가 적은 이들을 중용한 것이다.



기시다의 내각 인선에 관해 일본 언론은 "쇄신 이미지를 내세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아사히신문), "기시다 색깔이 엿보인다"(요미우리신문)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달 1일 실시한 자민당 간부 인사 때 아베의 측근인 아마리 아키라(甘利明)가 간사장이 되는 등 아베 정권의 색채가 강해 기시다 정권의 독자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던 것과는 약간 달라진 평가인 셈이다.

◇ 77세에 처음 입각한 의원도…스가 내각보다 '고령화'

하지만 새 얼굴의 숫자만으로 기시다 정권의 참신함을 평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를 들어 참의원 2선·중의원 5선 경력의 가네코 겐지로(金子原二郞·만 77세)처럼 신선미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 농림수산상으로 내각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첫 입각 각료 13명 중 7명이 만 60세 이상이고 이 가운데 2명은 만 77세다.

물갈이했으나 '젊은 내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실제로 기시다 내각의 평균 연령은 만 61.8세로 스가 출범 내각(만 60.4세)보다 1.4세 높아졌다.

◇ 외교·안보 연속성 중시…변화보다 안정에 무게

외교·안보 라인을 유임하는 등 변화보다는 안정성을 중시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과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을 유임한 것은 외교 안보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에 무게를 둔 결정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 말기인 2019년 10월 외무상에 임명된 모테기는 스가 내각에 이어 기시다 내각에서도 외교 정책의 컨트롤 타워를 맡게 됐다.

일제 강점기 징용, 일본군 위안부 동원 등 역사 문제로 악화한 한일 관계에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인선이다.

미중 대립 고조와 대만을 둘러싼 정세가 긴박한 점 등이 기시 유임의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