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일보 "호주 핵무기개발 안한다고 누가 보장하나"
사설로 오커스 통한 호주 핵잠 건조 비판…"판도라 상자 여는 것"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영국·호주의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를 통해 이뤄지는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대해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인민일보는 3일 자에 실은 사설 격인 '종성(鐘聲)'에서 "미국과 영국 핵잠수함은 농도 90% 이상의 무기급 고농축우라늄(HEU)을 사용한다"며 "미국과 영국이 호주로 핵 추진 잠수함을 수출한다는 것은 고도로 민감한 핵물질과 기술을 대량으로 이전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인민일보는 "국제적인 원자력 감독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호주가 이러한 핵 물질과 기술을 핵무기 연구·개발에 전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인민일보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 하에서만 조약 당사국이 평화적 목적을 위해 비(非) 핵보유국에 핵분열 물질을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역사적 한계로 인해 조약이 완전하지 않고, 잠수함 발전용 원자로의 이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IAEA의 감독 시스템은 발전용 원자로의 핵 물질이 핵무기 개발에 사용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며 "세 나라(미국·영국·호주)는 이 모호한 지대를 이용해 '핵 거래'를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인민일보는 그러면서 "미국, 영국, 호주의 이번 핵잠수함 프로젝트 착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다른 나라들도 따르게 될 것"이라며 "다른 비핵보유국들이 핵잠수함 확보를 위해 HEU 및 관련 민감 기술을 개발한다면, NPT로 대표되는 국제 핵비확산체제는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될까"라고 물었다.
이어 "이번에 미국은 호주를 끌어들이기 위해 냉전 색채가 강한 '앵글로색슨' 군사 협력의 소그룹을 결성하고 HEU와 민감한 기술을 주저 없이 제공하려 한다"며 "적나라한 이중 잣대이자 극도로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또 호주를 겨냥, "호주는 1980년대 캐나다가 영국이나 프랑스로부터 핵잠수함 구매를 시도하다가 결국 국내외의 강한 의심 속에 관련 계획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호주는 이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바른 길로 돌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오커스 출범이 발표된 지난달 15일 이후 외교·국방부 대변인의 브리핑 등 공식적인 입장 발표 창구와, 외교 협의 기회를 활용해 오커스 및 호주 핵잠 건조 추진을 연일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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