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죄기에 은행창구 문의 쇄도…"내년 만기 대출 연장될까요?"
전세대출·집단대출 규제 우려에 돈줄 막힐까 불안감 확산
MCI·MCG 보증 주담대 중단으로 한도 줄자 다른 은행으로 이동
(서울=연합뉴스) 은행팀 = 금융당국의 시중은행을 향한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 압박이 계속되자 최근 은행 창구에는 불안한 대출자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규제가 비교적 오래전부터 진행돼 온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은 물론, 그동안 실소유 자금으로 규제가 덜했던 전세자금대출과 집단대출마저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 차주들은 내년 만기 대출까지도 미리 문의하고 있다.
국내 주요 은행의 서울 양천구 지점 관계자는 3일 "내년 6월 전세 만기인 대출자까지 미리 전화가 올 정도로 규제를 향한 두려움이 확산한 상태"라며 "규제 영향으로 전세자금 대출을 아예 취급하지 않는 은행이 있어 풍선 효과로 신규 접수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의 구로구 지점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서 '대부분의 은행이 전세대출을 제한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급하게 지점을 찾아온 고객이 있었다"며 "대출 증액 제한 외에 제한은 없다고 안심시켜야 했다"고 말했다.
한 은행 수원시 지점 직원은 "다음 달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 고객이 많이 찾아와 평소보다 혼잡한 상황"이라며 "기금 보증 전세자금 대출은 조정이 없는데도 불안해서 몰리고,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얼마나 축소되는지 문의도 있어 대체로 창구가 바쁘다"고 말했다.
이달 발표 예정인 금융위원회 가계부채 대책에 집단대출까지 조이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은행을 찾는 대출자도 많아졌다.
한 은행 강북구 지점 관계자는 "중도금대출에서 잔금대출로 전환을 앞둔 사람들은 대표적인 실수요자"라며 "은행의 집단대출이 막히면 정부 재원인 보금자리론이나 디딤돌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는데, 정부 재원 대출은 소득 제한이 엄격해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은 2금융권으로 유입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대출자 신용점수나 연체 이력 변동을 최신 기준으로 반영해야 해서 아무리 일러도 대출 실행일 2개월 전에만 심사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문의는 현재 규제를 기준으로만 안내하고 있다.
전세 세입자를 둔 주택 소유자도 임차인 퇴거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전세금 반환 기일이 많이 남았는데도 혹시라도 임차인 퇴거 때 돈 마련이 어려울까 봐 생활안정자금이라도 받아놓는 사람이 많다"며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로 원하는 한도가 나오지 않아 제2금융권으로 전환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이 주담대 중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 판매를 중단한 영향으로, 기존에 거래가 없던 은행으로 옮겨 문의하는 고객도 늘었다.
MCI·MCG는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이다. 이 보험 연계 주담대 상품을 없애는 것은 대출 한도를 수천만원씩 줄이는 효과를 낸다.
서울 중랑구 은행 지점 관계자는 "다른 은행 주거래 고객이었으나 그 은행 MCI 대출이 중단돼 주담대 상담을 온 사례가 있었다"며 "신용대출까지 모든 대출 가능 금액을 끌어모아 집을 산 상황에서 주담대 한도 5천만원이나 줄어서 주거래 은행이 아닌 이곳으로 신청을 해보기 위해 상담을 왔다고 했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있는 은행 영업점 직원은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신용대출 신규 상담이 이전과 비교해 약 30% 증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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