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구호 뒤덮인 브라질…전국 대도시서 연쇄 시위
물가 안정·일자리 확대·기아 대책 요구…코로나 부실대응도 비판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2일(현지시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좌파·중도좌파 정당과 노동계, 시민단체 등이 주도한 이날 시위는 전국 27개 주도(州都)에서 연쇄적으로 벌어졌으며, 최대 도시 상파울루 시위에 참여한 대선주자들은 보우소나루를 헌정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규정하면서 하원의장에게 탄핵 추진을 요구했다.
시위에서는 최근 나타나는 물가 급등과 실업자 증가, 기아 확산에 대한 비난과 항의가 빗발쳤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부실 대응도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브라질에서는 최근 연료비와 식료품을 중심으로 가격 급등 현상이 계속되고 있으며 중앙은행은 물가 관리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실업자는 1천500만 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보우소나루 정부 출범 이후 200만 가구가 극빈층으로 전락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달 13∼15일 이뤄진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의 조사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의견은 찬성 56%, 반대 41%로 나왔다.
대통령 탄핵 절차 개시 권한은 하원의장이 갖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려면 하원 전체 의원 513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 상원 전체 의원 81명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1950년 헌법에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 조항이 포함된 뒤 지금까지 1992년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전 대통령과 2016년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등 두 차례 탄핵이 이뤄졌다.
보우소나루 정부의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Ipec가 지난달 16∼20일 벌인 조사에서 보우소나루 정부의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 22%·보통 23%·부정적 53%로 나왔다. 긍정 평가가 20%를 밑돌게 되면 사실상 국정 장악력을 상실한 것으로 간주한다.
보우소나루 탄핵·퇴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될 예정이어서 정국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15일에는 좌파·중도좌파 정당에 중도우파 정당까지 참여하는 범야권의 반정부 시위가 예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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